개인 대상 이주순씨, 주 1회 이상 어린이병원 찾아 생일상ㆍ목욕… 사랑 나눠
단체 대상 서울 영상高 ‘루더스’ 청소년 자원봉사자들 사례 영상 제작 공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이주순(70)씨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월요일 서초구 내곡동으로 향한다. 복합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보호자가 없는 장기입원 환자들이 다수인 서울시 어린이병원이 있는 곳이다. 이씨는 18년간 이 곳에서 환자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먹여 주고, 몸을 씻겨 주는 봉사 활동을 해 왔다. ‘2019 서울시 봉사상’에서 개인부문 대상을 거머쥔 이씨가 걸어온 길이다.
수상 소감을 물었지만 그는 “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게 없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한 사회로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사는 책임감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고 힘줘 말했다. 매주 1회 이상 정기적인 병원 방문으로 환자들과 신뢰 관계를 맺고 봉사에 전념해 환아들이 매우 반긴다.
장기간 침상 생활로 근력이 저하되고 골절이 일어나기 쉬운 환자들을 위해 병실 밖 나들이 활동인 ‘햇빛 보여주기’ 봉사와 보조기를 활용한 걷기 운동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덕분에 환자들의 골밀도 향상과 신체 재활에도 큰 힘이 됐다.
그는 무연고 유기아동 입원 환자의 ‘생일상 차려주기 프로그램’에도 빠짐없이 동참했다. 동요나 음악 들려주기 활동, 목욕 등 정서적 안정을 주는 따뜻한 사랑의 봉사활동 또한 그에겐 일상이었다. 인지 기능이 저하된 아동을 위해 △식사 보조 △손발 닦아주기 위생활동 △거즈 접기 등을 늘 말없이 성실하게 활동하면서 타의 모범이 됐다.

단체부문 대상자인 서울 영상고등학교 동아리 ‘루더스’는 복합영상 제작으로 이번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루더스는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의 인터뷰와 활동 사례가 담긴 교육영상을 제작 및 편집하고 관내 행사 촬영 봉사에도 앞장섰다. 이를 통해 재능나눔과 더불어 자원봉사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수아(18) 루더스 회장은 “학교가 영상고등학교인 만큼 동아리 회원들이 다들 영상에 열정이 강해 영상 제작을 통해 가진 실력과 재능을 좋은 곳에 쓰자는 데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고 말했다. 루더스에서 제작한 동영상은 자원봉사단체들에게 전달됐고 양천구 지역 각 학교의 방문 교육 자료로 활용됐다.
루더스가 전국 최초의 자원봉사 영상채널로 선보인 ‘봉테나’도 인기다. 봉사를 널리 알리자는 의미로 ‘봉사’의 ‘안테나’의 합성어로 이름을 정한 봉테나는 8회까지 거의 매월 지속적으로 편집봉사 활동을 실시해 자원봉사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 봉사상은 서울시와 한국일보 공동 주관으로 이웃사랑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시민과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 5월30일부터 8월2일까지 자치구와 시민단체, 시민들로부터 총 59건(개인 36, 단체 23)의 추천을 접수 받았다. 사전 공적검증과 13명의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봉사상 수상자들은 진정한 이웃사랑 실천가이자 서울시를 변화시키는 초석”이라며, “수상자 여러분이 뿌린 나눔의 씨앗이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퍼져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24일 오전 10시30분 서울시청 본관 8층 다목적홀에서 김원이 정무부시장, 이영성 한국일보 부사장, 21명의 수상자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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