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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문화] 오태근 연극협회 이사장 “아픔 겪은 연극인 보듬고, 위상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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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문화] 오태근 연극협회 이사장 “아픔 겪은 연극인 보듬고, 위상 재정립”

입력
2019.10.23 15:56
수정
2019.10.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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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협회 오태근 이사장이 연극계와 활성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오태근 이사장이 연극계와 활성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변화와 개혁으로 블랙리스트와 미투로 위기에 놓인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 넣겠습니다”

지난 2월 제26대 한국연극협회 수장으로 취임한 오태근(51) 이사장은 블랙리스트와 미투 등으로 침체된 연극계 활성화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오태근 이사장에게는 늘 ‘첫 지방연극인 출신, 최연소 이사장, 고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가 이사장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한국연극협회가 블랙리스트와 미투 사건으로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서 시작됐다. 당시 협회는 권한대행 체제로 돌입하고 국민의 시선은 따갑기 그지 없었다.

이에 국민의 사랑을 되찾고 협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기존 협회와 깊은 연고가 없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

충남 공주에서 활동하던 고졸학력이 전부인 오 이사장이 수도권의 쟁쟁한 후보 2명을 제친 원동력은 변화를 원하는 연극인의 바램을 실현하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역대 이사장은 모두 서울과 수도권출신의 연극계 거물이 차지해 왔다.

오 이사장은 “지역극단을 설립 운영하면서 경영, 조직운영과 관리능력을 키워왔다”며 “스스로 역대 이사장들보다 예술적 소양이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나의 경험과 노력이 협회에 큰 쓰임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마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취임 직후 협회조직과 사무국의 정상화, 창작환경 조성, 지역 연극인 네트워크 교류시스템 구축, 연극인 복지 강화에 나섰다.

연극인의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 맨 처음 학교예술강사, 연극예술강사 사업 운영권을 연극협회로 복원을 시도했다.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이 민간위탁 공모로 진행되면서 장르의 전문성이 결여된 폐단을 막기 위해 문체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사업운영권이 협회로 이관되면 협회의 안정화는 물론 사무국과 지역협회, 시 군 지부의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연극인 역량 강화를 위한 연극아카데미(가제)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주에서 폐교를 개조한 한국공연예술체험마을을 10년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전국에 거점 아카데미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통해 연극인 복지, 재교육,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협회 내 성평등위원회 기구 신설도 구상 중이다. 자치규약을 만들고 위원회를 운영해 자정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한동안 중단된 협회 장학제도 부활시킬 방침이다.

내년에는 ‘2020년 한국연극의 해’를 추진, 수년간 아픔을 겪은 연극인들을 보듬고 협회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그가 연극에 입문한 것은 우연이었다.

24살때인 1992년 공주에서 목공예를 하던 그에게 지역 연극인들이 무대미술을 맡아달라는 제의에 “어렵게 예술 하는 친구들을 한번 도와주자”라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연극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던 그는 동학혁명을 주제로 한 연극 ‘하늬’에서 전봉준 역할을 맡았다. 단 한번 접한 연극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열악한 지방 극단에서 1인 3역의 데뷔를 계기로 고행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이후 극단에서 배우, 연출가, 무대미술가가 되어 모든 걸 소화하면서 연극에 대한 애정도 깊어 졌다.

그는 “목공예 명장인 큰아버지와 아버지 밑에서 공예를 배워 가업을 이어오던 내가 우연히 무대미술 작업을 도와주러 갔다가 연극인이 된 것은 숙명”이라고 말했다.

이후 28년간 지방연극 저변확대를 위해 지역을 소재로 한 향토성 짙은 연극 작업에 매달렸다. 그가 만든 고마나루전국향토연극제는 충남의 대표연극제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안동 하회탈춤, 봉산탈춤보다 역사가 오래된 백제시대 탈극 ‘백제기악’재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백제 무용가 미마지가 전수해 일본의 전통 가면극 ‘기가쿠’ 형성에 기여했던 백제기악을 되살리기 위해 ‘백제기악전승보존회’를 만들었다. 큰아버지와 아버지가 만든 주인공 11명의 탈은 특허를 받아놓기도 했다.

글ㆍ사진=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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