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KBS 여기자 성희롱 방송’에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 저격 발언’으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 이사장은 22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전히 검찰 특수부장” “부하들에게 속고 있다” 등 원색적 표현으로 윤 총장을 깎아 내렸다. 여권 핵심 인사가 검찰을 공개적으로 흔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발언이었다. 대검찰청이 23일 입장문을 내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중단하라”고 이례적으로 강력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유 이사장은 KBS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산관리인 인터뷰 고의 누락 주장과 여기자 성희롱 방송 등으로 언론과 전선을 형성한 데 이어 검찰과도 맞붙은 모양새다. 특유의 공격적 화법으로 거듭 입길에 오르는 유 이사장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문재인 정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편가르기 정치에 질린 중도층을 등 돌리게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이 ‘조국 대전’의 여권 대표 저격수로 나섬으로써 결과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컸다고 보는 여권 인사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 한 의원은 “유 이사장의 발언은 지지층 입장에서는 논리적이겠지만, 중도ㆍ보수층에서는 ‘내로남불’로 들린다”며 “유 이사장의 공격적 발언을 당의 공식 입장으로 오해한 중도층이 지쳐 떨어져 나갔다”고 꼬집었다. 유 이사장의 스타일이 열성 지지자들에겐 쾌감을 주겠지만, 여론 확장성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유투브 언론인’을 자처하는 유 이사장이 정권에 발을 들이지 않은 채 초대형 스피커 노릇을 역할을 함으로써 정작 민주당의 목소리가 묻히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유 이사장의 발언에 여권 핵심부의 의중이 얼마나 실렸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며 “유 이사장이 실언을 할 때마다 민주당이 다소 억울하게 감점을 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권 일부에선 ‘유시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당원도 아닌 유 이사장을 ‘누가’ 제어할지에 관해선 뾰족한 수가 없다.
반대로 유 이사장이 조 전 장관을 엄호해 여권 지지층 이탈을 막은 것을 평가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있다. 유 이사장을 ‘정권의 용맹한 호위무사’로 보는 시각이다. 친문 핵심 의원은 23일 “진보 진영 인사들이 다들 몸을 사릴 때 유 이사장이 전면에 나섰다”며 “유 이사장이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쏟아지는 의혹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을 짚어 줬기에 지지층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일으키는 논란을 ‘효과’가 아닌 ‘증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평론가인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유 이사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자체가 ‘정권이 밀리고 있다’ ‘정권 분위기가 안 좋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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