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최종 결렬된 상황은 아닌 만큼 북한의 의도 파악에 신중을 기하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의 공식 대화가 재개되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애써 부인하지 않는 기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통일부에서 공식 입장을 냈다”며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향후 계획이 어떤지 명확히 분석하는 게 먼저다.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 위원장이) 남측과 합의해 시설을 폐기하라고 언급한 데 대해 남북간 대화나 소통에 있어서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고 있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 시설 철거의 전제로 남측과의 합의라는 표현을 쓴 점을 들어, 청와대가 최소한 남북 대화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남북 대화의 긍정 조짐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에 “(남북 대화 가능성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자를 수도 없기 때문에 예스도 노도 아닌 답을 드렸던 것”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고 예스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남북 대화 의지는 정부의 공식 입장에서도 확인된다. 앞서 통일부는 “북측의 의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면서도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합의 정신, 금강산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금강산 현지지도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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