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아먹고 있는 말레이시아 돼지꼬리원숭이. 안자 위디그 라이프치히대 연구원

말레이시아 팜오일 농장에 사는 원숭이들이 쥐들을 사냥해 먹는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원숭이에 대한 기존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관계 설정에 나설 수 있어서다. ‘더 나쁜 놈 잡는 나쁜 놈’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23일 외신 등이 소개한 최근 ‘커런트 바이올러지(Current Biology)’ 학술 논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대형 팜오일 농장 일대에 사는 돼지꼬리원숭이들은 주기적으로 쥐를 집단 사냥해 먹는다. 말레이시아과학대와 독일 라이프치히대 공동 연구팀은 2016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서식지가 산림보호구역과 팜오일 농장에 걸쳐 있는 돼지꼬리원숭이 두 집단(무리당 평균 44마리)을 관찰했다.

연구에 참여한 독일 연구진은 “돼지꼬리원숭이 한 무리가 매년 3,000마리 이상의 쥐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현지 연구진은 “원숭이가 농장에서 쥐를 먹고 사는 걸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라며 “가끔 작은 새나 도마뱀을 잡아먹는 정도인 원숭이가 쥐처럼 큰 설치류를, 심지어 그렇게 많이 잡아먹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돼지꼬리원숭이들은 팜 열매를 갉아먹어 그간 팜오일 농장의 유해동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원숭이가 농장에 끼치는 손해보다 이득이 더 클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주목하게 했다. 팜 열매를 먹어 농장에 끼치는 손실 비율이 쥐는 10%라면 원숭이는 0.5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 비율만 따지면 원숭이를 농장에 살게 하면서 쥐를 잡아먹게 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쥐를 죽이기 위한 화약약품을 쓰지 않아도 되고, 쥐로 인한 피해를 줄인 만큼 삼림벌채도 덜 하게 될 것이니 생태적으로도 낫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생물다양성 보호와 팜오일 산업의 공존 가능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라며 “팜오일 농장이 원숭이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먼 지역까지 갈 수 있도록 생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팜오일 생산 2위 국가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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