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법정 결혼연령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만 나이로 남성 22세, 여성 20세가 돼야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다. 한국 18세, 홍콩 16세에 비해 한참 늦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20세 이하로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고리타분하게 비칠 정도다. 남녀 차별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결혼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산둥(山東)대 법대 교수는 ‘남자 20세, 여자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건의했고, 지난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남녀 모두 성인의 기준 연령인 18세로 바꾸자”고 강조했다. 이들은 10대 청소년의 신체 성장이 갈수록 빨라지는 데다 전 세계적 추세에 중국도 맞춰가자는 논리를 폈다. 1981년 개정된 혼인법이 38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조정할 때도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ㆍ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중국은 확연히 떨어지는 혼인율을 다시 높일 기폭제가 절실한 시점이다. 2005~2013년 혼인율은 6.3‰(퍼밀ㆍ1‰=1/1000)에서 9.92‰로 증가해 별문제가 없었지만 이후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는 7.2‰까지 급감했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유지해온 ‘한 자녀 정책’을 2016년 폐지해 둘째까지 낳도록 허용했지만, 젊은이들이 도통 결혼을 하지 않으면서 출산율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다. 따라서 법정 결혼연령을 앞당기면 아무래도 일찍 결혼해 아이를 더 낳을 테니 상황이 지금보다는 개선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법정 결혼연령을 늦춰야 한다는 반대여론이 압도적이다. 최근 인민일보가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 90%에 달하는 네티즌은 “결혼연령을 낮추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출산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이들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하루하루 치이는 마당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반문한다. 직장 스트레스와 치솟는 집값 등에 떠밀려 30대에 결혼하는 것이 다반사인 데다 막대한 양육비를 감안하면 선뜻 애를 낳기도 어려운 판에 법정 결혼연령을 당겨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18세에 결혼하려면 고등학교 다니면서 연애하고 졸업할 때 가정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등을 돌리고 있다. 과거 중국 정부가 앞장서 ‘늦게 결혼해 늦게 기르고, 적게 낳아 잘 기르자’며 산아제한을 독려했다면, 이제는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만혼(晩婚)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결혼 연령을 앞당기는데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자 전인대 상무위는 “법정 연령 조정은 혼인 제도의 중대한 변화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충분한 조사 연구와 과학적 분석 평가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유보했다. 일단 현행 규정을 유지하면서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