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왼쪽 세번째)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야3당(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과의 당초 합의를 깨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우선 처리하려는 데 야당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 “여러 대목에 동감하지만 몇몇 중요한 부분에서는 아직 대단히 미흡하다”며 “문 대통령이 사법개혁과 더불어 개혁의 양대 산맥인 정치개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도, 정의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선거제개혁안 언급을 쏙 빼놓은 데 대한 아쉬움이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4월 야3당과 함께 선거제개혁안과 사법개혁안(공수처ㆍ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며 한날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키로 했다. 다만 최근 조국 사태로 사법개혁안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졌다고 판단, 당초 합의를 깨고 공수처 우선처리로 입장을 바꿨다.

야 3당은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은 조국 사태로 불리해진 여론지형을 뒤집기 위해 검찰개혁 문제를 정치공세 소재로 악용할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오 원내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모두 “공수처법 우선 처리는 불가”하다는 방침이다. 장정숙 대안신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월 패스트트랙 합의 정신에 따라 (사법개혁안과 선거제개혁안을) 일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야 3당은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선거제개혁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실력행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 자리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ㆍ심상정 정의당ㆍ정동연 민주평화당ㆍ이상규 민중당 대표 등이 참석한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당초 합의와 달리 공수처 통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며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여당에 선거제개혁안 통과를 압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의 공수처 밀어붙이기에 야 3당이 끌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 의석 과반인 149석이 필요한데, 호남지역의 압도적인 검찰개혁 요구를 정의당(6석), 민주평화당(4석), 대안신당 및 호남기반 무소속(13~14석) 의원들이 반대하기 어렵다는 게 민주당(128석)의 판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 여론에 따라 사법개혁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야당과 합의가 어려울 경우 당초 계획대로 일괄 처리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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