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시정연설서 “검찰이 문책하지 않을 경우, 다른 대안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 개혁을 거듭 강조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관련 개혁 법안의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근 여야가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공수처 설치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야당에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설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 후반부에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엄정하면서도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사태’로 국론이 분열된 것에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검찰 개혁을 원하고 있지 않냐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찰과 공평한 인사 등 검찰이 더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며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다른 야당들을 향해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공수처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며 “공수처법은 우리 정부부터 시작해서 고위공직자들을 더 긴장시키고, 보다 청렴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등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국당 역시 직접 목격한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환기시키며 ‘대통령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당위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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