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의 반대 공세에 제동이 걸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열흘 남짓 남은 기한 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한 막판 승부수를 띄웠다. 영국 정부는 EU 탈퇴 협정 법안(Withdrawal Agreement BillㆍWAB)을 공개하고 서둘러 처리할 것을 압박했지만 야권이 반발하고 있어 통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21일(현지시간)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브렉시트 합의안의 재표결까지 불허하자 존슨 총리가 곧바로 110페이지짜리 WAB를 공식 발의하며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WAB 우선 처리로 기한(오는 31일) 내 브렉시트 완수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WAB는 EU와 합의한 브렉시트 협정에 영국법상 효력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그간 쟁점이 됐던 북아일랜드 관세 내용뿐만 아니라 EU 법률의 국내법 대체, 상대국 주민의 거주 권한, 전환 기간 등에 대한 구체적 이행조항이 방대하게 담겼다.
WAB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하원 의사일정안도 함께 제안됐다. 22~23일 관련 위원회를 밤샘 가동해 24일까지 법안을 처리, 상원으로 넘기는 시간표다. 제이콥 리스 모그 보수당 하원대표는 이같은 내용의 ‘계획안’(programme motion)을 발표하면서 “이에 반대한다면 곧 31일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특히 “만일 ‘계획안’이 하원에서 부결될 경우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 자체를 포기하고 조기총선을 치르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하원은 22일 제2독회(second reading)를 열고 WAB와 계획안을 각각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두 안건 모두 과반 찬성을 얻어야 본격적인 위원회 법안 심사가 개시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WAB가 아슬아슬하게 2차독회를 통과할 것이라 예상하면서 “진짜 싸움은 의사일정안 투표”라고 지적했다. 야권은 법안의 중요성과 양에 비해 심사기간이 터무니 없이 짧다며 분개하고 있다. 스타머 노동당 대변인은 “(정부ㆍ여당이 제시한 시간표는)나라에 큰 해가 될지도 모르는 법안에 무작정 서명하라 몰아세우는 것”이라 했고,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의 제프리 도널드슨 원내총무도 “북아일랜드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정의에 부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심사 중 야당이 제기할 수정안건들도 중요 변수다. 가디언에 따르면 노동당 하원의원들은 제2국민투표 실시와 브렉시트 이후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남기는 수정안 제출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전자는 부결 가능성이 높지만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수정안은 가결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정부가 WAB 법안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어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는 또다시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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