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 본격 적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상한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다음달 초 대상 지역이 발표될 거란 전망 속에, 강남권과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등 서울 집값 견인 지역이 우선 적용 대상으로 유력하게 꼽힌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이달 말 발효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한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도 종전 기준을 충족하는 지역이 없어 상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개정안에는 수도권 지역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의 분양가상한제 효력 발생 시점은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계로 앞당겨졌다. 다만 정부는 소급적용 논란을 피하고자 개정안 시행 후 6개월 안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개정안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토부가 오는 29, 30일쯤 관보에 게재하면 즉시 시행된다. 이후국토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적용 대상을 확정한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다음달 초 대상 지역이 정해질 전망이다.
◇첫 적용 지역 어디될까
분양가상한제 적용의 ‘잠재적 후보군’인 투기과열지역은 서울 25개 구, 경기 과천ㆍ광명ㆍ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다. 이들 지역 중 △최근 12개월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최근 3개월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1 초과(국민주택규모는 10대 1) 가운데 1개 이상 요건을 충족하면 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는데, 현재 31곳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관건은 이 가운데 어디가 ‘첫 타깃’이 되느냐다. 시장에서는 서울 집값을 견인하는 강남4구와 지난주 정부가 합동조사를 실시한 마용성 지역을 유력 지역으로 보고 있다. 최근 3개월간(7~9월) 서울 아파트값이 0.40% 오르는 동안 강남4구는 0.53% 뛰었고 마포구(0.66%) 성동구(0.57%) 용산구(0.44%) 역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토부가 동(洞)별 ‘핀셋 지정’을 예고한 만큼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밀집한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도 유력 후보지다. 새 아파트 분양물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서대문구 홍은동ㆍ남가좌동 일대와 동작구 흑석동,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등도 거론된다. 경기 지역에선 지난 석달간 집값이 4.53% 급등한 과천이 사정권에 가깝다는 평이다.
◇분양가 역전ㆍ청약 과열 부작용 우려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핀셋 지정에 집착할 경우 상한제 적용 지역과 비적용 지역 간 분양가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가 높은 지역의 분양가가 시세가 낮은 지역보다 저렴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이러한 역전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청약시장 과열, 상한제 비적용 지역의 집값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도 염려한다. 올해 3분기(7~9월) 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22.3대 1로, 2분기(7.8대 1)의 3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이를 두고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새 아파트 공급 감소를 우려한 수요자들이 청약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정부의 추가 규제를 점치는 견해도 있다. 서울 집값이 16주 연속 상승하며 오름세가 뚜렷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풍부해진 시중자금이 집값을 자극할 거란 시나리오에 근거한 전망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집값 안정을 저해하는 부동산 시장 과열이 재현되는 경우 보다 강력한 안정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 강화 카드로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 △채권입찰제 도입 △주택대출 추가 규제 △보유세 강화 등이 거론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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