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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시정연설 직후 자리 떠… 文대통령 뒤쫓아가 악수 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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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시정연설 직후 자리 떠… 文대통령 뒤쫓아가 악수 청해

입력
2019.10.22 18:21
수정
2019.10.22 22: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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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 33분간 신경전]

“청년 고용률 12년 만에 최고치” 文대통령 발언에 한국당서 고함

두손으로 X자 그리며 맞서기도… 민주당, 고성 덮으려 박수치며 엄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검찰개혁을 언급하자 윤한홍(오른쪽부터),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엑스표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검찰개혁을 언급하자 윤한홍(오른쪽부터),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엑스표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조국! 조국!”(자유한국당 의원들)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당 의원들은 22일 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문을 읽은 33분 내내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연설 중에 수시로 한국당 의원들을 응시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두 손으로 ‘엑스(X)’자를 그리거나 고함을 지르며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8차례 박수를 치며 문 대통령을 엄호했다.

신경전은 문 대통령의 본회의장 입장과 함께 시작됐다. 오전 10시 문희상 국회의장의 본회의 개회 선언에 맞춰 문 대통령이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 자리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침묵으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청년 고용’을 언급한 대목에서 동요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청년 고용률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하자 한국당 의원들 쪽에서 “말도 안 된다!” “아닙니다!”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문 대통령을 응원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불 지핀 이슈인 ‘공정’을 입에 올리자 본회의장은 극도로 소란스러워졌다. “국민의 요구는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습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본회의장에 기름을 부었다. “사과부터 하세요!” “협치 하세요!” 등의 야유가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을 덮기 위해 박수 소리를 높였다. 송언석 한국당 의원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문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제스처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채 본회의장 출구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빠른 걸음으로 한국당 의원들을 따라가 악수를 청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악수에 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을 기다리다 인사하는 등 최소한의 예우를 갖췄다.

문 대통령과 한국당 인사들은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 접견실 만난 자리에서도 뼈 있는 농담을 주고 받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게 해주신 부분은 아주 잘하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답변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평소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면 대통령의 인기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그런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고 응수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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