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시정연설서 “GDP 대비 40% 안 넘어”… 2021년 40% 돌파 뒤 가속 예고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과감한’ ‘적극적인’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며 확대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 2년간 세수 호조로 국채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8조원 축소해 재정 여력을 비축했다”며 “내년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26조원 늘리는 것도 재정 여력의 범위 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재정건전성 수치보다, 앞으로 급증할 국가채무 속도를 감안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정부의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본예산 기준 37.1%에서 내년 39.8%로 2.7%포인트 높아진다. 하지만 이는 2021년 42.1%로 40%를 돌파한 뒤, 불과 4년 뒤인 2023년에는 46.4%까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가 예상한 내년 관리재정수지(정부의 총 수입ㆍ지출에서 4대 보장성보험 부분을 뺀 정부의 순 재정상황) 적자 폭은 GDP 대비 3.6%, 2021~2023년엔 3.9%까지 높아진다. 아직 별도의 기준은 없지만, 2016년 정부가 발의해 국회에 계류중인 재정건전화법안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럽연합도 회원국에게 ‘GDP 대비 3% 이하’의 재정적자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급증과 재정수입 감소로 향후 국가채무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8년 국가채무 비율이 56.7%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다행히 국제적으로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아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축통화를 가진 다수 OECD 국가들의 평균과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점도 감안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이날 ‘포용의 힘’을 강조하면서 소득여건 개선, 일자리 회복세 등을 내세운 것을 두고도 여전히 낙관적 인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연간 취업자 증가 수가 목표치 15만명을 크게 웃도는 20만명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20만명대 중반’의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점은 한계다. 올 1~9월 30ㆍ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6만3,000명, 16만6,000명 감소했다.
대통령은 가계 소득과 관련해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증가로 전환됐다”고 밝혔지만, 1분위의 가처분소득은 여전히 감소했다. 2분기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1분위와 5분위의 차이)도 5.30배로 2017년 2분기(4.73배), 2018년 2분기(5.23배)와 비교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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