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만들 때 약관이 법적 문제가 없고, 과잉 진료를 유발하지 않는지 사전 검증을 의무적으로 거치게 된다. 금융관련 민원 10건 중 6건을 차지하는 보험상품 관련 분쟁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22일 금융위원회는 보험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보험약관 개선 로드맵 및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2분기부터 보험사는 새 보험상품을 출시하며 약관을 만들 때 보험사 내부 준법감시인이나 외부 법률전문가를 통해 약관이 법에 저촉되거나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지 사전 검증을 해야 한다.
또 보험금 지급기준이 느슨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거나, 과잉진료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 의료전문가의 점검 과정도 거치게 된다. 이런 내부통제 과정은 보험사 내 ‘상품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최종 심의를 할 예정이다.
보험 가입 목적과 관련 없는 특약을 끼워 팔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암 보험을 들면서 골절 사고 시 진단비를 받는 특약에 들거나, 운전자 보험 가입 때 골프 활동 중 배상책임을 보장하는 특약을 가입시키는 경우가 잦은데 이런 엉뚱한 특약 가입이 금지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1년간 가입실적이 저조하거나, 3년간 보험금 지급이 없어 유명무실한 특약의 경우 판매가 제한된다.
자신이 가입하지도 않은 보장범위에 대한 두꺼운 약관 서류를 받는 일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보험사들은 업무 편의성 때문에 소비자에게 보험 약관 전체를 일괄 제공하고 있는데, 내용이 방대한 탓에 소비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당국은 이런 약관 개선방안을 통해 보험 관련 분쟁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상품 민원 가운데 61.7%가 보험과 관련된 것이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와 소비자가 보험약관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충분히 이해한 뒤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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