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보다 해외동포 활동 치중… 외무성에 북미 협상 넘어가고 남북관계도 경색 
북한이 남한의 지방의회에 해당하는 도·시·군 등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를 진행한 7월 21일 선거장을 찾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화면이다. 연합뉴스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까지 대미 협상을 주도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협상 결렬 책임을 지고 대미 외교 일선에서 물러난 뒤 해외동포 관련 활동에 치중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해석될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

22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해외동포사업국 창립 60주년 기념 보고회가 전날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응섭 해외동포사업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고 소개했다. 앞서 김 부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행사는 지난달 6일 평양을 방문한 재일본조선상공인대표단을 환영하는 연회였다. 이 연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마련된 행사여서 김 부위원장이 대신해 참석한 셈이다.

‘하노이 노 딜’ 뒤 김 부위원장의 독자 공개 활동이 알려진 건 이 2건뿐이다. 모두 해외동포 업무 관련이었고, 나머지는 당 간부들과 함께 배석한 김 위원장 공개 활동에서였다.

줄곧 해외동포 관련 업무가 대남 담당 당 비서(현 부위원장) 소관이었던 만큼 김 부위원장의 행보는 통상적이다. 특이한 건 김 부위원장의 활동 반경이 상당히 축소됐다는 사실이다. 싱가포르에 이어 하노이 회담을 이끈 그는 하노이 노 딜 뒤 권력집단 재편 과정에서 당 통일전선부장을 장금철에게 넘겨주고 현재 당 부위원장 보직만 맡고 있다. 김 부위원장이 총괄하던 북미 협상도 외교 전반을 관장하는 외무성으로 넘어간 상태다.

남북관계 경색도 그의 입지에 영향을 미쳤다. 북미 대화 우선 정책 기조 탓에 가뜩이나 통일전선부가 할 일이 줄어든 상태에서 더 이상 김 위원장이 부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도 않아서다.

불가피한 업무 변화와 더불어 대남 조직의 물갈이도 이뤄졌다. 우선 해외동포 업무를 총괄하는 해외동포국장이 김진국에서 김응섭으로 바뀌었는데 김응섭은 3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에 선출된 데 이어 4월 현직에 임명됐다. 그는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등을 거치며 남북 경협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다.

리종혁 조국통일연구원장은 최근 외교ㆍ대남 분야 원로들이 가는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 중앙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임명됐다. 3일 평양에서 열린 개천절 행사 소식을 전하는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조국전선 공동의장으로 호명됐다. 4월 김 위원장 2기 출범과 함께 세대 교체가 단행된 만큼 올해 83세인 그가 조국통일연구원장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줬을 가능성이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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