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진상 규명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의 원본이 발견돼 잠정 중단됐던 수사 재개 여부가 주목된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가 입수해 21일 공개한 ‘현 시국 관련 대비 계획’에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일 직전에 계엄을 실제 준비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 있다. 특히 문건에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계엄령 문건 작성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문구가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2017년 2월 작성된 문건에는 ‘계엄 선포 필요성 평가’란 항목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황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2016년 12월 9일과 2017년 2월 15일, 20일 등 세 차례 NSC를 주재했다. 문구로 보면 NSC에서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당은 이에 대해 “황 대표는 계엄령 논의에 관여한 바도 보고받은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제1 야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주자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사실 확인이 불가피하다.
계엄령 문건을 수사한 군ㆍ검 합동수사단이 원본을 확보하고서도 부실 수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 군인권센터 측은 “원본은 공익 제보와 군사법원 재판 모니터링에서 확보된 것들로, 합수단도 이미 내용을 인지하고 자료도 확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미국 도주 등으로 진상 규명이 어렵다며 기무사 장교 3명만 불구속 기소하는 걸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과 황 대표 등 지휘라인에 대해서는 조사도 않고 넘어갔다.
국방부는 22일 계엄령 원본 공개에 “관련 내용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실수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방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파헤칠지 의문이다. 조 전 사령관이 탄핵정국 동안 5차례나 은밀히 청와대를 방문한 것을 보면 청와대와 군 수뇌부가 은밀히 계엄을 검토하고 준비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한 사건을 이대로 덮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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