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복덩이’ ‘모래형’으로 불리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두 외국인 타자가 한국시리즈에서 팀의 명예와 개인 자존심을 걸고 제대로 맞붙는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ㆍ두산)와 제리 샌즈(32ㆍ키움)가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야구 스타일은 다르다. 178㎝의 페르난데스는 KBO리그 데뷔 첫해 리그 최다 안타(197개)를 뽑아내며 타율 2위(0.344)에 올랐다. 삼진 개수가 645타석에서 54개로 적은데다 득점도 팀 내 1위(87점)로 전형적인 교타자다. 정규시즌에서 키움 상대로 0.377 맹타를 휘두른 최고 천적이기도 하다. 두산 타선은 정규시즌 내내 상대 좌투수에 고전(0.248)해 키움은 이번 시리즈에서 좌투수를 줄줄이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좌투수를 상대로도 타율 0.311로 좋았다. 한국시리즈에서 ‘키 플레이어’로 꼽히는 이유다.
반면, ‘장타자’ 샌즈의 무기는 역시 당당한 체구(193㎝, 105㎏)를 토대로 한 장타력과 타점 생산능력이다. 타율은 0.305(14위)로 페르난데스에게 뒤지지만, 홈런 4위(28개), OPS(출루율+장타율) 3위(0.939)로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리그 최다 타점(113점)을 쓸어 담으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고, 타자 부문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도 리그 2위(6.62)다. 특히 키움 타선은 정규시즌에서 두산을 상대로 0.269로 다소 약했는데, 샌즈 만큼은 홈런 2개를 포함해 15타점을 올리며 타율 0.328로 강했다.
물론, 두 선수 모두 불안 요소는 있다. 페르난데스는 경기 감각이 문제다. 정규시즌 내내 큰 기복 없이 꾸준했던 페르난데스지만, 1일 NC전을 끝으로 무려 3주 만에 공식 경기를 치른다. 9~10월 뜨거웠던 방망이 감각(0.342)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질지 관건이다. 페르난데스는 시리즈 1차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훈련과 자체 경기, 연습 경기 등을 통해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해 왔다”면서 “경기를 잘 치를 준비가 돼 있다. 한시라도 빨리 시리즈에 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샌즈는 ‘반전’이 절실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3번과 5번 타순을 오갔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267, 포스트시즌에서는 0.154에 그쳤다. 정규시즌 기록(0.305)의 반토막이다. 오른쪽 무릎 통증이 문제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스윙할 때 밸런스가 조금 흐트러진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샌즈는 당시 와일드카드(KIA전), 준플레이오프(한화전), 플레이오프(SK전)까지 10경기를 치르면서 타율 0,315에 홈런 3개 11타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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