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자격 보유한 본보 기자도 ‘3급→5급’ 테스트 통과

대한축구협회 심판들이 19일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반기 리텐션코스 체력테스트에 참가하고 있다.

“으악, 힘들어!” “다 왔어, 한 바퀴만 더!”

19일 충북 청주종합운동장엔 이른 아침부터 곡 소리와 응원이 끊이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가 실시한 2019 하반기 축구심판 리텐션코스(retention course)에 참가한 이들의 외침이다. 리텐션코스는 용어대로 한동안 체력테스트에 불참하거나 탈락한 ‘활동정지’ 축구심판들이 심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부활 무대다. 이날 리텐션코스엔 1~5급 공인심판 자격을 보유한 120명이 참가해 96명이 합격, 내년부터 심판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스프린트 테스트(40m 전력질주)와 인터벌 테스트(75m 달리기 후 25m 걷기 반복)로 이뤄진 체력테스트는 결코 만만치 않다. 각 급수별로 설정된 제한시간과 반복횟수 기준을 완벽히 통과해야 하는데, 평소 체력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쉽게 통과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1~4급 심판의 스프린트 테스트 제한시간은 남녀 각각 6.4초와 6.8초로, 총 6회 통과해야 한다. 5급 심판의 경우 통과해야 하는 횟수는 같지만 제한시간은 남녀 각각 6.8초와 7.2초로 조금 더 여유 있다.

체력테스트 통과의 관건은 인터벌 테스트다. 스피드와 지구력을 모두 갖춰야만 통과할 수 있는 데다, 모든 구간을 제한시간 내에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안배도 중요하다. 1,2급 심판은 75m를 남녀 각각 15초와 17초에 뛰고 25m를 각각 20초와 22초 내에 걷길 40회 반복해야 한다. 3,4급 심판은 같은 제한시간 내에 각각 28회와 20회를 통과해야 한다. 5급은 남녀 각각 17초와 19초 내에 뛰고 22초와 24초 내에 걷길 12차례 반복하면 통과다.

대한축구협회 3급심판에서 5급심판으로 하향 조정한 본보 김형준 기자가 19일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반기 리텐션코스 체력테스트에 참가하고 있다.

심판 가운데 상당수는 인터벌 테스트의 벽에서 좌절한다. 각 급수별 체력테스트 기준을 매년 통과해야 경기 배정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유지되는데, 본업에 치여 체력 또는 컨디션 관리가 어렵거나, 나이가 들며 체력이 떨어질 경우 자연히 탈락 또는 심판자격 유지 포기로 이어진다. 이런 심판자원들의 경우 리텐션코스를 통과하지 못한 채 5년간 비활동 심판으로 있으면 심판자격 자체가 말소된다.

그러나 지난해부턴 자신의 급수를 유지하기엔 체력적 부담을 느끼는 심판들에게 급수를 내릴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대한축구협회와 전국생활체육연합회 통합 과정을 거치며 급수가 1~5급까지 세분화됐고, 협회가 상급자들의 하향 지원 신청을 받으면서다. 실제 2006년 신인심판강습회를 통해 3급 심판 자격을 얻은 기자의 경우 2016년 활동을 위한 체력테스트(2015년)에서 탈락한 뒤 3급 심판 체력테스트 기준 통과에 대한 엄두조차 내질 못 해 심판활동을 포기하고 있었으나, 이번 리텐션코스에선 5급 심판으로 하향 조정해 무사히 통과해 심판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번 리텐션 코스에서 급수를 하향 조정한 심판은 기자를 포함해 총 20명으로 거의 모든 인원이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베테랑 심판은 “나이 탓에 체력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심판 후배들과 더 오래 호흡하며 노하우를 전하고자 5급 심판으로 하향조정 해 합격했다”고 했고, 또 다른 3급 심판은 “매년 체력테스트 준비가 스트레스였다”며 “내 체력으로 최적의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급수에 지원하고자 5급으로 하향지원 했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여성심판이 19일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반기 리텐션코스 체력테스트를 마친 뒤 경기장에 쓰러져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급수하향 신청제도는 심판 입장에선 활동 수명을 늘릴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협회 입장에서도 급수 유지 또는 승급에 실패한 심판들이 은퇴하지 않게 되면서 낮은 연령대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심판의 풀이 늘어난 점은 성과”라고 전했다.

청주=글ㆍ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