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대목은 ‘공정’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국론 분열로 이어진 현실을 감안한 듯 ‘공정’이라는 단어를 27회나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표출된 국민 요구에 대해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 내자는 것”이라고 진단한 뒤 “경제뿐 아니라 사회, 교육, 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설명을 마치고 연설 후반부에 강조한 키워드는 ‘검찰개혁’이었다.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공수처에 대해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로 분출된 불공정 해소와 검찰개혁 요구를 수용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문 대통령은 정시 비중 확대 등 대입 개편안 마련,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제도 개선 등 구체적인 조치도 약속했다. 하지만 작금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한 데는 문 대통령과 여권의 책임이 더 크다는 점에서 협치와 통합을 위한 좀 더 적극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이 다짐처럼 제도 개혁이 미진한 책임을 야당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협치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그 첫 시험대가 검찰개혁 법안이다. 문 대통령은 10월 말까지 처리를 요청했지만 그리 조급하게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4당 공조 틀을 유지하면서 한국당의 우려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당도 전신인 새누리당이 공수처법을 발의했고 국민 다수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계기로 여야 모두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 제도 개혁 요구를 입법으로 수렴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