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입시보다 몇 배 더 노력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청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아들딸들이 이력서 백 장은 기본이라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2017년 6월 12일 국회 시정연설 중)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청년들을 다독이며 위로하던 때로부터 2년 4개월이 지났다.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진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 취임 후 4번째 국회 시정연설은 그떄와 확연히 달랐다. 취임 당시 대통령의 말에 위로를 받았지만 ‘조국 사태’로 배신감을 느낀 청년들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임기 반환점에 서서 하는 약속은 자성과 맞물려 있었다.
“정부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 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습니다.”
앞선 3차례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던 단어가 있었다. ‘적폐‘였다.
“국민은 일상에서의 작은 불공정도, 조그마한 부조리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사회를 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여 권력 적폐를 넘어 생활 적폐를 청산해 나갈 것입니다.” (2017년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 중)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 ‘적폐’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한 단어는 ‘공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공정 혹은 불공정이라는 단어를 무려 27회 사용했다. 지난해(10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입니다.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 할 것입니다.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채용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진행했고,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과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공정채용과 채용비리 근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채용비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강도 높은 조사와 함께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면서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습니다.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과연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이날 시정연설의 약속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으로 입은 국민들의 상처를 씻어내줄 수 있을까.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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