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군 “예비비 바닥 정부 지원 절실”
가을 축제 줄줄이 취소 지역상권 ‘울상’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강원 접경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된 데 이어, 예비비 지출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멧돼지 포획현장에선 정부 지침도 명확하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천군은 하루 평균 1,500만원을 들여 소독약 등을 구매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화천은 경기 파주와 연천, 민간인통제선 일대에서 창궐한 바이러스 동진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군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인건비 1억 5,447만원을 비롯해 약품비 1억원, 돼지 수매 및 도태비용 3억 2,080억원까지 감안하면 예비비 지출이 8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연말까지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지출 규모는 15억원이 넘는 것이란 게 화천군의 예상이다. 화천군이 확보한 전체 예비비 16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개당 200만원 가량인 멧돼지 포획틀을 추가로 제작하기도 버거운 상황으로 내몰릴 지경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정부가 하루 빨리 예산 지원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강원도는 연말까지 방역에 필요한 예산 200억원을 긴급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유탄을 맞은 지역경제도 말이 아니다. 철원 태봉제와 양구 DMZ펀치볼 시래기 축제, 화천 DMZ리버스 랠리 자전거대회 등 지역 대표 축제가 줄줄이 취소된 탓이다. 지자체와 상인들 입장에선 잔뜩 기대했던 가을관광 특수가 물거품이 돼 버렸다.
강원 접경지 자치단체의 속앓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통선 이북지역에서 멧돼지 소탕작전에 나선 엽사들에 대한 인건비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자치단체의 관계자는 ”잡은 멧돼지 수로 수당을 줄 지, 인건비를 책정해 지급할 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포획작전에 투입된 인원만 기록해 두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포획틀에 잡힌 멧돼지를 처리하는 것도 민간 엽사들이 맡고 있지만 이를 포획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불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도는 한편 이날 철원군 원남면 죽대리 민통선 지역에서 폐사한 멧돼지가 ASF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차단방역을 강화했다. 바이러스 발생 장소는 물론 인근 도로에 제독차량을 동원해 소독에 나선 것은 물론 철원과 화천지역 91개 양돈농가에 대한 차단방역도 이어갔다. 또 24일까지 민통선 지역에 군인과 민간 엽사 등으로 이뤄진 24팀, 209명을 투입, 야생멧돼지 포획작전에 나선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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