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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직접 구매) 대행업체가 소비자에게서 관세와 부과세를 챙기고 실제로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세금포탈 책임이 업체가 아닌 소비자에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해부터 해외직구 대행업체 13곳이 해외직구 거래 6,487건에서 세금 5억5,000만원을 포탈한 사실을 적발했다. 또 4개 구매대행 업체는 TV나 휴대폰 등을 대신 구매하면서 세금 54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해외직구 거래 과정에서 판매자와 공모해 원가를 낮게 신고하거나 면세범위 이내로 수량을 나눠 반입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규모를 축소해 소비자가 제대로 지불한 관세와 부과세의 일부를 업체가 챙겼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같은 관세포탈의 책임이 현행법상 납세 의무자인 소비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관세법은 구매자에게만 납세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의무자가 아닌 구매 대행자는 처벌에서 자유롭고 소비자만 추징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세금을 업체에 제대로 지불했더라도, 세관이 미납세액 납부를 통보하면 우선이에 응한 뒤 구매 대행자와 민ㆍ형사소송을 통해 세금 문제를 다퉈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미 세금포탈이 적발된 사례에서도 관세청은 소비자 개개인에게 책임을 물었고, 검찰은 포탈 업체를 탈세 아닌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해외직구 규모가 2009년 대비 980% 늘어나는 등 해외직구가 일상화된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구매 대행자에게 납세 책임을 부과하고, 구매 대행자의 저가 신고에 의한 관세 편취 행위에 대해서도 관세포탈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관련법 개정안을 곧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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