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네번째 국회 시정연설
한국당 일부 의원 야유… 민주당 박수 ‘신경전’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국회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말도 안 된다”고 야유를 보내거나 손가락으로 ‘X자’를 그려 보이며 항의 퍼포먼스를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퇴장, 문 대통령이 한국당 의원들을 뒤따라가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시정연설은 손팻말 시위와 고성이 오가던 과거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곳곳에서 불편한 여야 관계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정각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국회 본회의장 중앙 통로를 지나 연단에 올랐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문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입장해 연단에 올라 인사할 때까지 일어나 박수를 보냈지만, 한국당은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비교적 차분히 연설을 듣던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청년 고용률도 12년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하자 “에이 말도 안돼” “아니야, 아니야”라고 고함을 쳤다. 문 대통령이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 부분에서는 “조국! 조국!”이라고 외치거나 “그만하세요”라고 야유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국회 선진화법을 언급할 땐 “협치를 하세요”라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에서 야유나 고함을 보낼 때마다 크게 박수를 보내며 문 대통령을 응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공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 법안과 수사권조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당부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단체로 손가락을 교차해 ‘X자’를 그렸다. 손으로 귀를 막아 ‘듣지 않겠다’는 표현을 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한국당 의원은 “토론합시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문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 대목에선 한국당 의원들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야유를 보냈다.
약 35분간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한국당 대다수 의원들은 곧바로 일어나 퇴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연설대를 내려와 퇴장하는 한국당 의원들을 뒤따라가며 악수를 청했다. 다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주영 국회 부의장 등은 국회 중앙 본회의장 출입문 앞에서 문 대통령을 기다린 후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과도 한차례 악수와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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