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네번째 국회 시정연설 
 한국당 일부 의원 야유… 민주당 박수 ‘신경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2020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국회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말도 안 된다”고 야유를 보내거나 손가락으로 ‘X자’를 그려 보이며 항의 퍼포먼스를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퇴장, 문 대통령이 한국당 의원들을 뒤따라가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시정연설은 손팻말 시위와 고성이 오가던 과거에 비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곳곳에서 불편한 여야 관계가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정각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환대를 받으며 국회 본회의장 중앙 통로를 지나 연단에 올랐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문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입장해 연단에 올라 인사할 때까지 일어나 박수를 보냈지만, 한국당은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비교적 차분히 연설을 듣던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청년 고용률도 12년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하자 “에이 말도 안돼” “아니야, 아니야”라고 고함을 쳤다. 문 대통령이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 부분에서는 “조국! 조국!”이라고 외치거나 “그만하세요”라고 야유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국회 선진화법을 언급할 땐 “협치를 하세요”라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에서 야유나 고함을 보낼 때마다 크게 박수를 보내며 문 대통령을 응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야당 의원들 측으로 향하자, 대다수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문 대통령이 공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 법안과 수사권조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당부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단체로 손가락을 교차해 ‘X자’를 그렸다. 손으로 귀를 막아 ‘듣지 않겠다’는 표현을 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한국당 의원은 “토론합시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문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 대목에선 한국당 의원들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야유를 보냈다.

약 35분간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한국당 대다수 의원들은 곧바로 일어나 퇴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연설대를 내려와 퇴장하는 한국당 의원들을 뒤따라가며 악수를 청했다. 다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이주영 국회 부의장 등은 국회 중앙 본회의장 출입문 앞에서 문 대통령을 기다린 후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출입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과도 한차례 악수와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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