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바람의 영향인가, 원작의 힘 때문인가.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20세기 후반 인기를 끌었던 SF영화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다 되가는데도 20세기의 상상력에 기반해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1970~80년대 ‘스타워즈’ 시리즈 3편으로 전설적인 영화인이 됐다. 그는 기술 발전을 기다렸다가 2000년대 들어 3편을 추가로 만들었지만 관객의 반응은 이전 3편에 비해 뜨겁지 않았다. 월트 디즈니와 손잡고 2015년 시리즈의 새 출발(리부트)을 알렸다. 이전 6편의 이야기를 잇는 내용이지만, 주요 배역을 바꾸고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했다.
1990년대 히트 시리즈 ‘쥬라기 공원’도 2000년대 들어 새 단장을 한 경우다. ‘쥬라기 월드’라는 이름으로 2편까지 만들어졌다. 1998년 4편이 나온 후 사실상 시리즈가 중지됐던 ‘에일리언’은 2017년 ‘에일리언 커버넌트’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에일리언’ 1편을 만들며 ‘에일리언’을 세계에 알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솜씨로 빚어졌다.
저주 받은 걸작 ‘블레이드 러너’(1982)는 흥행에 참패하고도 21세기 들어 새롭게 만들어진, 매우 드문 경우다. 평단과 열성 관객들의 지지를 받으며 뒤늦게 입소문을 탔고, 36년 만인 지난해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새 단장해 관객을 만났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조금은 기구한 경우. ‘터미네이터’(1984)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으나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2편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은 블록버스터로 제작됐다. 하지만 원작자이자 1, 2편의 감독인 제임스 캐머런이 ‘터미네이터’의 판권을 한시적으로 넘기면서 수난이 시작됐다. 3편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과 4편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 5편 ‘터미네이터 제네시스’(2015)가 잇달아 흥행에서 재미를 못 보면서 30일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로 새 출발선에 섰다.
20세기의 상상력이 2010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데서 잇단 ‘리부트’를 설명할 수 있다. ‘터미네이터’는 2029년 기계의 반란에 의해 핵전쟁이 일어나고, 기계가 지구를 지배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영화가 처음 만들어진 1984년과 마찬가지로, 2029년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은 미래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복제인간이 우주식민지를 개척한다는 상상(‘블레이드 러너’)도 아직 현실이 아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20세기 SF가 다룬) 미래 세계가 아직 오지 않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존재하기에 이전 영화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