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 최초의 여자 경무관은 우리나라 대표 항일 여성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인 황현숙 선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은 독립유공자 황현숙 선생이 광복 후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경무관으로 임명된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그간 최초 여자 경무관은 2004년 1월 승진한 김인옥 씨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독립운동가 출신이 최초의 여자 경무관으로 임명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경찰의 별로 통하는 경무관은 치안총감과 치안정감, 치안감의 뒤를 잇는 경찰 고위직이다. 1948년 당시엔 경찰 총수 바로 아래 계급이 경무관이었다. 지방경찰청장급 계급으로 사실상 경찰 조직 내 최고위 지휘부였던 셈이다. 한준섭 경찰청 계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성 중심적인 정서가 강했던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면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광복 후 창설된 국립경찰은 ‘민주 경찰’을 표방하며 1946년에 처음으로 여자 경찰 제도를 도입했다. 여자 경찰들은 여성, 소년 등 사회적 약자 보호와 여성 관련 사건 처리 등을 주로 맡았다. 특히 당시 여자 경찰들은 여성 권익 향상과 여성 계몽에 앞장섰던 신여성들이 많았는데, 독립운동가 출신들도 있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딸인 안맥결 총경, 유관순 열사 올케인 노마리아 경감 등이 대표적이다.
1902년 충남 천안 출생인 황 경무관은 1919년 3월20일 천안 입장면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당시 광명학교에 다니던 그는 만세운동을 계획하고 동료들과 태극기 수백 장을 만들어 만세운동 당일동료 학생 80명을 인솔해 국기를 흔들고 독립만세를 외쳤다. 황 경무관은 이 일로 일본 헌병에 체포돼 공주형무소에서 1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 후 천안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가 같은 형무소에 수감되면서 둘은 인연을 맺게 됐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 땐 동맹휴학의 배후로 지목되며 체포되자, 일제에 저항하기 위해 옥중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광복 후엔 ‘조선여자국민당’을 창당하고, 이승만, 김구 등 민족지도자들과 함께 ‘남조선대한국민대표민주위원’으로 활동하며 여성지도자로서 맹활약했다. 1948년엔 조선여자국민당 소속으로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정부 수립 후 초대 내무장관 윤치영의 권유로 경찰에 특채, 경무관에 임명돼 제3대 치안국 여자경찰과장을 지냈다.
한편 경찰은 현재까지 여성 5명을 포함한 총 55명의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을 찾아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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