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KT 허훈과 DB 김종규. KBL 제공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을 의존하던 프로농구가 달라졌다. 승부처에도 국내 선수들이 적극 가담하며 농구 팬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1일 현재 1위 원주 DB부터 서울 SK, 인천 전자랜드, 전주 KCC, 안양 KGC인삼공사, 부산 KT까지 상위 6개 팀이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낮추고 토종들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특히 시즌 초반 두드러진 선수는 KT 가드 허훈(24ㆍ180㎝)과 DB 센터 김종규(28ㆍ207㎝)다. 둘은 단신, 장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코트를 뜨겁게 달궜다. 허훈은 자신보다 키가 큰 상대가 막아도 탄탄한 몸과 저돌적인 공격으로 이겨냈다. 높이를 갖춘 김종규는 골 밑에서 외곽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주저 없이 미들슛과 3점슛을 꽂았다.

시즌 전 대표팀에 있을 때부터 “손이 뜨겁다”며 쾌조의 슛 감각을 자랑했던 허훈은 여전히 매서웠다. 그는 경기당 평균 18.9점을 넣었다. 득점 부문 전체 5위, 국내 선수 1위다. 3점슛은 경기당 평균 3개로 전체 1위, 성공률도 50%(42개 시도 21개 성공)에 달한다. 지난 주말엔 2경기 연속 30점 이상을 폭발했고, 20일 DB전 때는 신들린 슛으로 9개 연속 3점포를 적중시켰다.

한 경기에서 3점슛 9개를 연속으로 터뜨린 건 2004년 1월 17일 전주 KCC 조성원이 안양 SBS전에서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또 허훈의 아버지인 ‘농구대통령’ 허재도 프로 시절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허재의 한 경기 최다 3점슛은 7개(1999년 12월2일 수원 삼성전)다. 적장 이상범 DB 감독은 “무슨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냐”면서 “허재 형도 저렇게 넣은 건 못 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올 시즌 최고 몸값(12억7,900만원)을 자랑하는 김종규는 창원 LG에서 DB 이적 후 한 단계 진화했다. 큰 키에도 속공 가담력이 좋은 데 반해 공격 옵션이 단순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DB에서 코트를 넓게 쓰며 5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 득점은 17.6점(국내 3위)으로, 2015~16시즌 최고 득점을 찍었던 12.6점을 훌쩍 뛰어 넘었다.

무엇보다 3점슛 시도가 돋보인다. 20일 KT전에서 프로 데뷔 후 2번째로 한 경기에서 2개의 3점슛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는 8개를 던져 1개를 성공했다. 이상범 감독은 김종규에게 ‘외곽슛을 과감하게 던지라’고 주문했다. 이 감독은 “치나누 오누아쿠가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김)종규에게 미들 라인 또는 3점 라인에서 자신 있게 던지라고 했다”며 “종규가 외곽슛을 갖추면 한국 농구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높이와 슛을 장착한 김종규를 등에 업은 DB는 개막 5연승 신바람을 내고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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