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사절 400명 즉위식 참석… 태풍 피해로 카퍼레이드는 연기
경시청 경비태세 최고수준으로, 反천황제 테러 등 가능성 대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21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개별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도쿄(東京) 왕궁인 고쿄(皇居)에서 22일 열리는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即位礼正殿の儀)로 불리는 즉위의식은 5월 왕위를 이은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대내외에 즉위를 선언하는 행사다. 1990년 아키히토(明仁) 일왕 즉위 후 29년 만에 치러지는 즉위의식엔 170여개국 왕실과 정부 대표 등 축하사절 400명을 포함해 국내외 인사 2,000여명이 참석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즉위의식 하루 전인 21일부터 해외 축하사절들과 개별회담에 돌입했고, 경시청은 행사 진행과 축하사절 경호를 위해 경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다. 다만 지난주 태풍 ‘하기비스’로 90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도심 카퍼레이드 행사가 다음달 10일로 연기됨에 따라 이전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즉위의식이 치러질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즉위행사 기간 중 50여개국 인사들과 개별회담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이날에만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을 시작으로 23명과 릴레이 회담을 가졌다. 솔리 대통령에게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ㆍ태평양 구상’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고,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과의 회담에선 로힝야족 문제를 논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아울러 23일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 24일 한국 정부 대표인 이낙연 국무총리 등과 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는 1990년 즉위의식 당시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총리가 가졌던 회담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베 총리가 4월 연호인 레이와(令和) 발표부터 6개월째 이어지는 왕실행사와 6월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9월 럭비 월드컵, 2020년 도쿄 올림픽 등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행사에 따른 축제 분위기를 통해 연금과 소비세율 인상 등 국내 논란거리로부터 국민의 시선을 돌리고, 올림픽 개최 이후엔 이 같은 분위기를 평화헌법 개정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축하 외교에도 일본의 대외적 위상을 강조하면서 정권 홍보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를 관장하는 경시청은 즉위의식을 하루 앞두고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경비본부’를 설치하는 등 경계 태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해외 사절 경호와 함께 천황제 반대세력의 테러 가능성을 대비한 것이다.

경시청은 이달 초부터 고쿄와 축하사절이 묵는 호텔 주변에 경비인력을 증강했고, 즉위의식 당일인 22일엔 일왕이 거주하는 아카사카(赤坂)에서 고쿄에 이르는 도로와 국회의사당 주변 등에 총기로 무장한 긴급 초동대응부대와 드론을 이용한 테러에 대비한 무인항공기 대처부대를 배치한다.

현재 상왕인 아키히토 일왕 즉위의식이 열린 1990년엔 천황제 폐지를 주장하는 세력의 게릴라성 테러가 빈발했다. 그해에만 일본 전역에선 143건의 테러가 발생했고, 즉위의식 전후로 도쿄에서 박격포탄 발사와 신사(神社) 방화 등 34건이 발생했다. 이 중 124건에 관여한 주카쿠하(中核派)로 알려진 ‘혁명적 공산주의자동맹 전국위원회’는 2003년 이후 테러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나루히토 일왕 시대에 일반 국민들에 ‘상징 천황’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면서 천황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주카쿠하는 즉위의식 당일 다른 천황제 반대 단체들과 도심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경시청은 드론이나 차량 등을 활용한 테러 가능성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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