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소식으로 1면이 도배된 영국 신문들이 20일 런던의 한 가판대에 놓여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브렉시트에 또 다른 ‘중대주간(crunch week)’ 이 도래했다. 이번엔 진짜다.”

3년 4개월여를 질질 끌고도 아직 미완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여정에 다시 중요한 분기점이 찾아왔다. 미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영국의 미래를 결정할 맹렬한 싸움이 시작됐다”며 험난한 한 주를 예고했다. 협상이 지연되면서 별별 변수가 가미된 복잡한 브렉시트 방정식에 국론은 둘로 쪼개졌고, 수시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등 유럽 각국의 피로감도 극에 달한 상태이다.

브렉시트 강경론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EU와 마련한 합의안 의회 재표결을 추진한다. 존슨 총리는 19일 37년 만에 문을 연 ‘토요일 하원’에서 ‘브렉시트 이행 법률이 통과될 때까지 합의안 승인을 보류한다(레트윈 안)’는 범야권의 공세에 밀려 브렉시트안 투표를 상정조차 못했다. 대신 지난달 의회가 제정한 ‘노딜 방지법’에 따라 EU 측에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요청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날 재표결 추진은 브렉시트 마감 시한인 31일까지 어떻게든 EU를 떠나겠다는 존슨 총리의 의지가 반영된 전략으로 외신은 보고 있다. 그가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과 함께 “나의 뜻이 아니다”라는 별도 편지를 보낸 것도 EU 탈퇴에 관한 확고한 의중을 대내ㆍ외에 공표한 퍼포먼스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번에도 변수는 있다. 의회 문턱을 넘을 지부터 불확실하다. 존슨 총리 입장에서 확실한 승부수는 연립정부 파트너인 민주연합당(DUP)을 우군으로 끌어 들이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19일 합의안 수정안 표결에서 찬성 322, 반대 306로 졌는데, 10석을 보유한 DUP의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북아일랜드가 기반인 DUP는 브렉시트 핵심 쟁점, 즉 ‘안전장치(백스톱)’를 거부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국경 및 관세에 관한 차이를 두는 것을 반대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존슨의 엄청난 도박(massive gamble)”이라며 예측 불허의 표결을 점쳤다.

법률 해석을 둘러싸고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도 관건이다. ‘동일 회기에 같은 안건 표결은 의회법 위반’이라고 버커우 의장이 유권해석을 내릴 경우 표결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토론은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레트윈 안을 합의안으로 본다는 얘기다. 반면 도미니크 랍 외무장관은 BBC방송에 나와 “총리는 합의안을 통과시킬 만한 (의원) 숫자를 갖고 있다. 31일 EU를 떠날 것을 확신한다”고 표결 결과를 낙관했다.

EU는 런던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존슨의 바람과 달리 브렉시트 연기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EU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 비준에 실패하면 내년 2월까지 이행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합의안 비준 상황에 따라 11~1월 중 브렉시트 시한을 정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브렉시트 이슈를 바라보는 유럽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또 출렁였다. 파운드화 환율은 파운드당 1.2908달러로 전 거래일(18일) 1.2984달러보다 0.6% 떨어진 수준으로 하락 반전했다. 뉴스가 호재나 악재냐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 식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날 사과 1,600만개 분량의 과일과 채소가 썩어가고 있다는 기사도 내놨는데 브렉시트 이후 두려움으로 영국을 떠난 EU 회원국 국민들, 즉 인력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만큼 불확실성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EU 예상대로 브렉시트 합의안이 다시 의회에서 퇴짜를 맞고 이행 시점이 3개월 미뤄지면 혼란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젠 협상을 끝내고 미래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며 브렉시트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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