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망토) 패션이 돌아왔다. 담요를 두른 듯 온 몸을 감싸는 케이프는 여성의 몸매를 가려주면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썼던 패션 소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밀라노와 파리 등에서 열린 패션업계 ‘2019 가을ㆍ겨울(FW) 컬렉션’에서 케이프는 각 잡힌 어깨와 칼라, 긴 기장, 남성용 재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등으로 코트에 버금가는 주요 패션 아이템이 됐다.
옷 위에 무심하게 걸쳐 입는 케이프는 19세기 유럽에서 여성들이 바깥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오페라 등을 보러 갈 때 얇은 드레스 위에 두르는 용도로 많이 활용됐다. 19세기 유명 추리소설 ‘셜록홈스’에서 홈스의 트레이드 마크로 그려지면서 영국 남성들 사이에서는 어깨에 짧은 길이의 케이프를 단 코트(인버네스 코트)가 나오기도 했다. 군복 등 남성용 외투에도 많이 적용됐다. 20세기 들어 소재와 길이 등에 다양한 변주가 일어나면서 밋밋한 겉옷에 포인트를 주는 패션 액세서리로 많이 활용됐다.
올해 FW 컬렉션에서 주요 업체들은 기존 케이프에 남성용 정장 디자인을 많이 응용했다. 20여종의 케이프 패션을 선보인 프라다는 19세기 중엽 영국 남성 코트인 프록 코트(4~6개의 단추가 달린 무릎 길이의 코트)처럼 어깨선과 허리선 등이 잡힌 케이프 코트를 내놨다. ‘코트 강자’인 막스마라는 특유의 갈색 캐시미어 코트를 케이프 형태로 디자인했다. 뒤로 살짝 넘어가듯 넉넉한 크기에 앞쪽에는 남성용 정장 재킷의 칼라와 단추를 달아 중성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금속 단추와 어깨 장식 등 서양 장교의 군복을 연상시키면서 길이가 긴 디자인의 케이프를 선보인 미우미우도 호평을 받았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는 “이전에는 클래식한 형태의 케이프가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에는 소재나 디자인에서 다양한 변주가 일어났다”며 “길이가 길면서 소재도 다양해 겉옷으로 입어도 무리가 없고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해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복고 열풍으로 케이프 패션도 재해석되고 있지만 여권(女權) 신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전에는 부드러운 니트를 소재로 한 곡선 케이프 디자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각이 살아 있으면서 모피나 모직, 울 등 탄탄한 소재를 쓴 케이프 디자인이 많다”며 “가녀린 여성보다는 강하면서도 당당한 여성성을 패션에서도 선호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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