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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리포트] 김광석 참존 회장, 경영난에도 교회에 회삿돈 37억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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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리포트] 김광석 참존 회장, 경영난에도 교회에 회삿돈 37억 펑펑

입력
2019.10.22 04:40
수정
2019.10.22 07: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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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소망교회 장로 활동하며 매달 1500만원 안팎의 기부금 내 

 대학모임만 6개 ‘인맥 디딤돌’… 동향인 前 검찰총장엔 자문료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 나의 집에 양식이 있게 하고 그것으로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 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 (말라기 3-10)

서울 대치동 참존 사옥 1층 출입문에 들어서면 벽면에 이 같은 성경 구절이 반짝거리는 십자가와 함께 새겨져 있다. 의미심장한 문구에 보조를 맞추려는 듯 종교적 색채는 사내 곳곳에 스며있다. 사옥 5층 김광석(80) 회장의 업무실 한 쪽 책꽂이에는 제본된 새벽기도 책자들을 비롯해 각종 교회서적이 가득 꽂혀있고, 회장 사무실 안쪽에는 기도할 수 있는 예배당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분위기가 사뭇 엄숙하다.

김광석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속했던 강남소망교회 장로로, ‘영성 자본주의’를 경영에 도입한 인물로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신앙심이 깊다. 2017년까지는 한 달에 한 번 회사 내 교인들을 모아서 사옥에서 ‘신우회’ 행사를 열 정도였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김 회장의 열정적 종교활동은 회사에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다.

김광석 참존 회장이 서울 대치동 참존 사옥 1층 앞에 서있는 모습. 기독교 신자인 김 회장은 사옥 1층 현관 앞 벽면에 성경 구절을 새겨넣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다. 참존 제공
김광석 참존 회장이 서울 대치동 참존 사옥 1층 앞에 서있는 모습. 기독교 신자인 김 회장은 사옥 1층 현관 앞 벽면에 성경 구절을 새겨넣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다. 참존 제공

거액 기부금과 특별한 인물

한국일보가 입수한 참존의 소망교회 기부금 지급내역을 살펴보면 참존은 1999년 4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45회에 걸쳐 37억4,000만원을 교회에 냈다. 거의 매달 1,500만원 안팎의 기부금을 냈는데, 한 달에 2,000만원 이상 기부한 적도 33회나 됐다. 감사헌금이나 건축헌금으로 추정되는 1억원 이상의 기부횟수도 7차례 기록돼 있다. 소망교회 기부금은 김 회장의 비서실 업무 매뉴얼에 별도 항목으로 표시돼 있을 정도로 비서실에서 신경 써야 할 중요 업무로 인식돼 있었다.

문제는 김 회장 개인의 신앙심에 따른 기부금을 모두 회사 돈으로 냈다는 점이다. 참존 관계자는 “회사 재정상태가 열악해 외부투자로 간신히 연명하는 상황인데도, 사적인 신앙활동을 위해 20년 가까이 거액을 교회에 헌납하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김 회장이 회사 돈으로 교회 헌금을 낸 행위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 측은 교회 기부금 논란과 관련한 한국일보에 질의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참존 임직원들은 교회 기부금 논란과 함께 김 회장의 종교활동을 상징하는 특별한 인물로 이모씨를 지목하고 있다. 이씨는 김 회장과 교회에서 인연을 맺었다는 점만 알려졌을 뿐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김 회장은 2011년부터 이씨 명의의 계좌로 매달 24일마다 1,200만원을 보냈다. 현재까지 송금한 금액을 모두 합하면 10억원이 넘어 이 돈의 성격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2011년 이전 송금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이 안 돼 금액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참존 관계자는 “이씨가 회장님에게 하나님 말씀을 전해주는 ‘에인절’이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둘 사이의 각별한 관계는 분명해 보이지만, 왜 돈을 보냈는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씨에게 돈을 보낸 이유를 묻는 한국일보 질의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씨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잘 모른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6개 대학 걸친 32개 모임

김광석 회장은 기업활동을 하면서도 대학과 교회, 고향의 각종 모임에 자주 얼굴을 내밀 정도로 인맥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모임을 통해 사회활동이 왕성했던 점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회사 내에선 경영활동을 등한시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김 회장의 사외모임 현황에 따르면, 그는 22개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전에 활동했지만 현재는 참석이 뜸하다고 기록된 10개까지 포함하면 모임은 모두 32개나 됐다.

김 회장은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했지만, 6개 대학의 동문회 수첩에 이름이 올라 있을 정도로 대학을 인맥을 다지는 디딤돌로 삼았다. 모교인 성균관대 총동창회와 성균경영인포럼 참석은 물론이고,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AMP) 총동창회 회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 고려대 정보통신대학원, 고려대 언론대학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서강대 최고경영자과정, 홍익대 국제산업디자인 최고경영자과정을 거친 터라 이와 관련한 모임에도 자주 참석했다.

김 회장은 모임에서 인연이 생긴 지인들을 친밀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눠서 관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가 확인한 참존의 ‘회장님 지인명단’ 서류를 보면 115명의 명단이 A에서 D까지 등급별로 표시돼 있었다. 예를 들어 장학재단 L이사장은 A등급, 방송사 N사장은 B등급, 중소기업 K대표는 C등급 등으로 기재했다.

참존 관계자는 “각종 모임이나 교회와 관계된 사람들이 수시로 회사를 찾아와서 화장품을 공짜로 받아가거나 금전적인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고향인 경남 하동군 출신의 전직 검찰총장에게 용돈 성격의 법률자문료를 지급하는 등 고향사람 챙기기도 각별했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참존은 2013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법률자문수수료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씩 1억5,000만원 가량을 J변호사에게 지급했다. J변호사는 이에 대해 “내가 실제로 법률 조언을 했다”며 “(나이가 들어) 변호사 일도 안 하고 다른 회사 고문역할도 끝나니까, 김 회장이 차량 운영비라도 보태준다는 취지로 권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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