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금리인하 여부엔 “금리 내릴 상황 맞지만 정책여력도 중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21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한은의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이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다.
이 총재에 따르면 성장률 하락분 가운데 0.2%포인트는 무역 경로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구체적으로 미중 간 관세 부과와 그에 따른 양국 내수 둔화로 인해 우리나라 수출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나머지 0.2%포인트는 불확실성 경로에서 비롯한 것으로,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소비 등 경제활동이 둔화된 영향이다.
같은 날 홍남기 부총리가 언급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0~2.1%인 점을 감안하면, 미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없었더라면 우리 경제가 올해 2.4~2.5%가량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으로 지난 4월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5%였던 만큼, 5월 이래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우리 성장세를 대폭 잠식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 총재는 “중국과 미국 양 당사국을 상대하는 나라 가운데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우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둔화는 대외요인 악화가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이 내년에도 우리나라 성장률에 부담을 줄 것”이라면서도 “분쟁이 더 악화하지 않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다면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경기와 낮은 물가를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지금 금리(연 1.25%)도 낮은데 제로금리까지 가기에는 아직 여러 가지 조심스러운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리세션(경기침체)이 왔을 때 제일 먼저 움직여야 할 곳은 중앙은행이기 때문에 정책 여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지난번 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을 때 비판이 있었지만 그때 안 올렸다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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