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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쓰인 한옥 보존.. 상전벽해 청량리 ‘오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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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쓰인 한옥 보존.. 상전벽해 청량리 ‘오점’ 논란

입력
2019.10.21 04:40
수정
2019.10.21 13: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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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청량리 4구역 역사생활문화공간 조성에 포함 

 “카페 등 여행자 편의시설로 리모델링… 과거 보존하되 나쁜 기억은 없게” 

 재개발 추진위 “건물 존치할 경우 일대 교통불편 초래” 건물 철거 입장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위치도. 자료제공=동대문구청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위치도. 자료제공=동대문구청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이 있던 속칭 청량리 588과 주변 일대가 대대적으로 개발되는 가운데 서울시가 조성하려는 가칭 역사생활문화공간 구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역사생활문화공간 예정지에 성매매업소로 쓰인 한옥 1채가 포함됐는데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매매업소를 보존하기 위해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어서다. 이를 토대로 박시장 때리기에 나서면서 흠집내기 재료로 활용할 정치적 의도도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한옥 보존 차원일 뿐이며 리모델링을 통해 여행자 편의시설로 바꾸면 성매매업소 이미지는 사라질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단지(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앞에 ‘청량리620 역사생활문화공간’을 조성을 추진 중이다. ‘청량리620’이란 명칭은 청량리에 현재 실제 지번인 전농동 620번지를 합쳐 만들었다. 과거 서민 문화가 엿보이는 한옥 여인숙을 체험하고 옛 정취를 살린 식당, 카페, 주점 등을 조성해 여행자들이 오갔던 청량리의 옛 흔적을 남기겠다는 취지다. 이 지역은 예전 여인숙이 많아 ‘여인숙 골목’으로 불렸다.

청량리4구역은 한때 200여개 성매매 업소가 모여있는 집창촌으로 시내 대표적인 슬럼가였으나 대규모 재개발을 통해 환골탈태를 앞두고 있다. 약 4만㎡ 부지에 지하 8층~지상 최고 65층 4개 동 아파트 1,425가구와 오피스텔 528실, 42층 랜드마크 타워 1개 동에 백화점·호텔·오피스가 들어선다. 2023년 7월 준공 예정이다.

역사생활문화공간 예정 부지는 3,160㎡ 규모로 한옥 12동, 벽돌건물 4동이 있다. 대부분 여인숙으로 쓰였던 건물들이다. 역사생활문화공간은 현재 설계 중으로 착공 시점과 예산은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용도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자들이 안락하게 즐길 수 있도록 숙박, 문화시설, 카페 등으로 리모델링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위치도. 자료제공=동대문구청
동대문구 청량리4구역 재개발 위치도. 자료제공=동대문구청

논란의 핵심은 역사생활문화공간 지구 내 한옥 1채가 과거 성매매업소로 이용됐다는 점이다. 차창훈 서울시 주거사업과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성매매업소의 이미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게 시의 기본 입장”이라며 “재개발되는 청량리 일대의 흔적은 남기되 ‘나쁜 기억’은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해당 한옥 위치가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의 중심 구역에서 멀찍이 떨어진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예전 성매매 집결지는 아파트가 올라가는 건축 부지로 바뀌면서 이미 철거가 완료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 한 채라도 성매매업소로 이용된 적이 있는 곳을 남겨둔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건물 자체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성매매업소 건물 논란과 별도로 역사생활문화공간 부지에 인접한 도로 폭을 두고 청량리4구역 재개발 추진위와 시는 대립 중이다. 추진위는 해당 부지에 근린공원부지를 만들고 인접한 도로 폭을 12m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측은 “이 곳은 공원을 만들기 위해 조합이 기부채납한 땅인데 건물을 존치할 경우 일대 교통불편을 초래하고 도로와 인도가 혼용돼 사고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로 폭은 역사생활문화공간 조성 계획과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차창환 주거사업과장은 “교통량에 대한 정확한 분석 후 도로 폭을 얼마로 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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