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조산에 노심초사했던 대니 리, 값진 준우승
미국의 저스틴 토마스가 20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에서 우승한 뒤 '한글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서귀포=뉴스1

한 번 무너지면 좀처럼 스코어 회복이 어려운 제주 클럽나인브릿지(파72ㆍ7,241야드)의 주인공은 미국의 저스틴 토마스(26)였다. 토마스는 국내 유일의 미국프로골프(PGA) 정규투어 대회인 더CJ컵@나인브릿지(CJ컵)의 ‘한글 트로피’를 또 한 번 품고 이 대회 유일한 2회 우승자가 됐다. 일주일 전 아내의 조산으로 노심초사하며 대회를 시작한 호주교포 대니 리(29)는 끝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끝에 값진 준우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5위 토마스가 20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PGA 투어 CJ컵 최종라운드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우승상금 175만5,000달러(약 20억7,000만원)을 품은 그는 “대니 리가 워낙 좋은 플레이를 펼쳐 힘겨운 경기였다”며 “다만 나 또한 17번홀 보기 외에 별다른 실수가 없었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얘기처럼 CJ컵 최종일은 토마스와 대니 리의 2파전이었다. 전날 단독선두를 달리던 토마스는 마지막 18번홀에서 공을 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보기를 기록했고, 대니 리는 20m가 넘는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이날도 대니 리는 토마스가 달아나면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13번홀까지 선두경쟁을 이어갔다. 토마스가 버디를 기록하며 한 타 달아난 14번홀이 분기점이 됐고, 대니리는 이후 더 따라붙지 못했다.

그럼에도 토마스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건 전날 18번홀 상황 때문이었다. 대니 리는 마지막까지 이글 기회를 만들며 연장승부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홀컵과 약 10m 떨어진 거리에서 이뤄진 이글 퍼트가 홀컵을 돌아 나왔다. 그 순간 대니 리는 아쉬움에 머리를 감쌌고, 토마스는 숨을 크게 몰아 쉬었다. 토마스는 침착히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자신의 11번째 PGA투어우승을 확정하면서 자신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트로피에 또 한 번 입을 맞췄다.

토마스는 끝까지 숨막혔던 이날 승부에 대해 “솔직히 (대니 리의)마지막 홀 이글 퍼트가 성공해도 전혀 놀랍지 않을 정도로 대니 리의 퍼팅 감각은 상당히 좋았다”며 “마지막 홀에선 캐디에게 ‘이번 홀에서 꼭 버디를 잡아야 한다’고 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이날의 승부처로 자신이 버디를 기록하며 앞서 나가기 시작한 14번홀을 꼽았다. 이후 대니 리는 잇달아 공을 벙커에 빠뜨리며 흔들렸다.

대니 리는 경기 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재작년 지독한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던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내의 조산으로 맘놓고 훈련에 매진할 수 없었음에도 값진 준우승을 거뒀다. 대니 리는 “크리스마스 때 출산 예정이던 둘째 아이가 갑자기 지난 일요일에 태어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훈련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밤 9시에 연습장에 나가 한 시간이라도 공을 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다행히 산모와 인큐베이터 속 아이 건강엔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그는 “(걱정했던 아내와 아이 건강과 관련해)대회기간 내내 좋은 소식만 들렸다“며 “아직 TV는 못 볼 영아지만, 아빠가 좋은 경기 보여주면 힘이 조금이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했다.

서귀포=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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