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여직원과 마취상태의 환자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들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술을 마시던 중 부하 여성의 손을 주무르고, 이를 거부하는데도 손을 놓지 않은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된 A(3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손 자체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지난해 5월 6일 새벽시간 대 부하직원인 B(24)씨와 노래 바에서 술을 마시던 중 B씨의 옆으로 다가가 손을 주무르는 등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의 손을 잡은 사실이지만 격려의 의미였을 뿐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추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평소 A씨와 근무하면서 느낀 스트레스에 관해 이야기한 뒤 오해가 풀려 2차로 노래 바를 가게 됐다”며 “하지만 A씨가 손을 계속 주물러 거부하는 듯한 행위를 했음에도 멈추지 않아 자리를 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접촉한 신체 부위는 손으로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신체 부위를 쓰다듬거나 성적 언동을 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은 점을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부적절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고, 실제로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던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손을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마취상태에 있는 여성 환자의 다리를 몰래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서현석 부장판사)는 20일 수술을 마친 여성을 검사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신체를 만진 혐의(준강제추행)로 기소된 모 병원 직원 C(58)씨에게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C씨는 2017년 10월 26일 오후 3시10분쯤 하반신 마취 상태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D(37)씨를 영상의학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다리 등을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D씨가 ‘다리가 붕 떠 있는 것 같고 약간 구부러져 있는 것 같다. 다리 좀 건드려 달라’고 말해 무릎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쳤을 뿐 만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D씨는 “그런 말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젊은 여성이 초면인 피고인에게 ‘다리를 좀 건드려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한 피고인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씨가 이불 속으로 손을 넘어 D씨의 신체를 만졌다는 확신을 가질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증거는 폐쇄회로(CC)TV 영상뿐인데 영상에도 피고인이 이불 속에서 D씨의 신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졌는지는 불분명하다”며 “D씨도 처음부터 C씨가 자신의 중요부위를 만졌다고 했지, 자신의 다리를 만졌다는 구체적인 진술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자문결과 ‘당시 D씨 상황이라면 하지에 감각이 전혀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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