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 기고
“역사 문제 한국만으로 안 끝나”
일본 우익 세력이 최근 내세우는 ‘한국과의 외교 관계 단절’ 주장은 한국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결과라는 일본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일본 측이 당초 가정했었던 한일 갈등 이후의 시나리오를 포기한 심리가 표출된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정치 및 한일 역사 문제 연구자인 기무라 간(木村幹) 일본 고베(神戶)대 교수는 19일자 아사히(朝日)신문 오피니언면 ‘경론(耕論)’에 게재된 기고에서 ‘한국과 단교하자’는 목소리에 대해 “한국을 때려도 단순히 굴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일본 사회가 깨닫기 시작한 것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일본 내에선 한국을 ‘때리면 꺾이게 돼 있다’는 생각이 여전하며, 일본인들은 ‘일본은 한국과는 다른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싶어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한마디로 “추월당하고 싶지 않은 대표적인 국가가 한국”이라는 게 일본인의 심리라는 말이다.
기무라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과의 단교’ 주장을 “결국 기존의 ‘한국이 사죄해 온다→재교섭에 응한다’는 시나리오를 포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과거에는 중국ㆍ북한ㆍ한국이 이른바 ‘반일 트라이앵글’로 불렸으나, 중국이 강해지면서 대중(對中) 공격이 사라졌고 북한과 관련해서도 ‘일본이 때리면 꺾인다’는 생각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남은 건 한국으로, 우파 세력이 한국을 공격 대상으로 압축했는데 이마저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기무라 교수는 특히 “한국을 공격하는 이들이 생각하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단언했다. 한국은 이미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인 데다, 국방비나 구매력으로 환산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도 머지않아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게 이 같은 전망의 근거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 기무라 교수는 한일 양국의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역사 문제를 둘러싼 대립은 한국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만이나 필리핀, 베트남 등도 국력이 강해지면서 일본에 권리를 주장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한국과의 사이에서 해결에 실패하면 앞으로도 실패가 이어질 뿐”이라며 “역사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걸음이라고 생각하고,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선 한일 양국이 ‘양보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고 포기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하며, 대화로 풀리지 않을 땐 국제적인 사법의 장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기무라 교수는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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