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부터 우월한 ‘야구 DNA’를 물려받은 2세들이 프로야구 새 역사에 도전한다.
22일부터 한국시리즈(KSㆍ7전4승제)에서 격돌하는 키움 외야수 이정후(21)와 두산 포수 박세혁(29)이 아버지에 이어 사상 첫 부자 KS 최우수선수(MVP)를 노린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은 해태 시절인 1993년과 1997년 두 차례 영예를 안았다. 1993년 이종범의 한국시리즈 성적은 타율 0.310(29타수 7안타) 4타점 7도루, 1997년은 타율 0.294(17타수 5안타) 3홈런 4타점 2도루를 기록했다. 박세혁의 아버지 박철우 역시 해태 소속으로 1989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444(18타수 8안타) 1타점으로 활약,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이정후와 박세혁은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한국시리즈 MVP를 받은 다음 해에 태어났다. 이정후는 1998년생, 박세혁은 1990년생이다. 또 다른 공통 분모는 공을 오른손으로 던지면서 방망이는 왼쪽 타석에 치는 우투좌타다.
둘은 올 시즌 개인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정후는 정규시즌 140경기에서 타율 0.336 6홈런 68타점 91득점 13도루로 키움의 공격을 이끌었다. 물 오른 타격감으로 아버지의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1994년 196안타)까지 도전했지만 3개 부족한 193안타로 마무리했다.
‘가을 야구’에서도 방망이는 뜨거웠다. 특히 SK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3경기 동안 타율 0.533(15타수 8안타)의 맹타를 휘둘러 시리즈 MVP에 올랐다. 부자가 포스트시즌에서 MVP를 받은 건 이종범-이정후가 처음이다.
이정후는 “뜻 깊은 기록”이라며 “(아버지에게) 한국시리즈 MVP를 타겠다고 했는데, 플레이오프 MVP를 탔다”고 웃었다. 이어 “한국시리즈 MVP를 받아야 더 의미가 있겠지만 한국시리즈에선 다른 동료들이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면서 “난 내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세혁은 올해 두산의 극적인 뒤집기 정규시즌 우승에 앞장 선 주역이다. 팀 우승이 걸린 지난 1일 NC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치며 ‘우승 포수’ 타이틀을 얻었다. 한국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32ㆍNC)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박세혁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의지가 두산을 떠나면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뛴 올해 137경기 동안 안방을 지키면서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방망이 또한 타율 0.279 4홈런 63타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꼽은 ‘마음 속의 MVP’ 박세혁은 “아직 한국시리즈라는 더 큰 무대가 남아있다”면서 “그 때 진짜 MVP라는 말, 잘했다는 말, 좋은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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