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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타임스스퀘어 달군 ‘밧줄에 묶인 트럼프’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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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타임스스퀘어 달군 ‘밧줄에 묶인 트럼프’ 광고

입력
2019.10.20 17:07
수정
2019.10.20 20: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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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여성 의류업체 광고 ”여성 목소리 대변… 탄핵 지지”

트럼프 장남 발끈… 일각선 ‘상업적인 노이즈 마케팅’ 지적

지난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하하는 옥외 광고판이 전시돼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지난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하하는 옥외 광고판이 전시돼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화려한 옥외 광고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하하는 광고가 전시돼 트럼프 지지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광고를 내건 의류회사 측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목을 끌기 위한 신생 업체의 노이즈 마케팅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타임스스퀘어에 내걸린 문제의 광고는 레깅스를 입은 한 여성 모델이 트럼프 대통령 대역 배우의 얼굴을 밟으면서, 빨강ㆍ하양ㆍ파란색의 밧줄로 꽁꽁 묶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 뒤로 백악관과 성조기가 배경을 이루고 있다. 광고를 내건 회사는 레깅스, 요가복, 스포츠 브래지어 등을 판매하는 여성 의류업체 ‘드바니’로,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기반을 두고 지난해 설립됐다. 이 회사 대표 아비 브라운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광고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며 “우리 의도는 우리 사회를 퇴보시키는 조치에 맞서 진보적 변화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종 차별에 항의해 ‘무릎 꿇기’ 시위로 파장을 일으켰던 미식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을 모델로 기용한 나이키 광고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브라운 대표는 “우리는 이전에 정치적 입장을 취하지 않았지만 이제 넌덜머리가 난다”며 “그의 입을 닫게 하자. 지긋지긋하다. 우리는 탄핵을 지지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특히 낙태 관련 의료 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한 트럼프 정부 조치에 항의하면서 회사 수익금의 일부를 여성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기구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광고 밑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외계인처럼 묘사한 팝 아트 작품도 전시돼 있다. 미국 팝아티스트인 미치 오코넬이 존 카펜터 감독의 1988년작 영화 ‘화성인 지구 정복(They live)’를 패러디한 그림으로, 타임스스퀘어 광고판 사용을 위해 기부 사이트에서 모금 운동을 벌인 끝에 이달 초부터 전시했다.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을 한 달간 빌리는 비용은 수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외계인에 빗댄 것도 모자라 그를 짓밟고 밧줄로 묶는 광고까지 등장하자 트럼프 측이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1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언론들을 향해 “당신들은 8명밖에 보지 않은 멍청하고 천박한 영상에 대해 엄청난 분노로 기사를 다뤘는데, 타임스스퀘어의 이 광고에 대해서도 같은 시간과 같은 분노를 쏟아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지지 행사에서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을 합성한 동영상이 상영된 것을 두고 “트럼프가 언론사와 정치인을 향해 무차별 발포를 하고 살해한 영상”이라고 뉴욕타임스 등이 비판적으로 보도한 걸 거론하며 이번 광고도 똑같은 잣대로 다뤄야 한다고 역정을 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광고가 노리는 것이 정치적 변화보다는 상업적 노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보 전문가 크리스 알리에리는 WP에 “이것이 세상을 바꾸는 유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목적이 레깅스를 팔기 위한 것이라면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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