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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교수의 비뇨의학교실] 빈뇨에 통증 지속 땐… ‘간질성 방광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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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교수의 비뇨의학교실] 빈뇨에 통증 지속 땐… ‘간질성 방광염’ 가능성

입력
2019.10.21 18:00
수정
2019.10.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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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소변을 너무 자주 봐요. 마려우면 아파서 참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어요. 물 마시면 소변이 더 자주 마려워 물도 잘 안 마시고. 소변이 진하면 더 아프고. 화장실을 자주 가니 직장에서도 눈치 보여 휴직할까 고민이에요.“ “아래가 너무 아파서 질염인 줄 알고 산부인과에 갔더니 아무 이상이 없대요. 치료받고 며칠 나아지는 듯하더니 또 아프고. 소변도 자주 마려우니 밤에 일어나 5~6회나 화장실을 찾게 되요. 그쪽이 늘 아프니 신경이 곤두서요.”

방광에 소변이 차면 통증이 심해지고 오줌을 누면 잠시 가라앉는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증상이다. 방광 통증은 암 통증 못지않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의사들도 수십 년 전에는 이를 그저 예민하거나 잦은 방광염으로 생각해 신경안정제나 항생제 치료에 그쳤다.

다만 이들 증상은 소변에 세균 감염이 뚜렷하지 않고 방광에 다른 이상이 없는 데도 소변 관련 통증을 계속 호소한다는 특징을 알게 됐다. 감염 때문이 아니라 알레르기나 아토피,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염증이 원인이다. 이런 증상이 몇 주 이상 지속됐지만 이전에는 원인을 알지 못하는 희한한 병이었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의 방광에 대해 조직 검사해보니 심한 염증이 있고 때로는 방광 점막이 헐어 뻘겋게 벗겨져 있고 충혈되기도 했다. 그래서 의사들은 ‘간질성 방광염(interstitial cystitis)’이라고 명명했다. 필자는 의대 시절 이 병을 처음 배울 때 ‘어? 방광염이 생기면 간질(뇌전증) 발작을 하는 이상한 방광염인가?’라고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간질성 방광염은 의사들에게도 낯선 병이었다. 지금은 비뇨의학과 의사가 반드시 풀어야 할 도전 과제가 됐지만.

간질성 방광염의 주된 특징은 몇 주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다. 잠깐 아픈 게 아니라 며칠 동안 계속 아파 당사자는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 소변은 하루 4~6회 정도, 한 번에 250~350㏄를 보는 게 정상이다. 우리가 방광이 어느 정도 차도 소변을 편히 참을 수 있는 것은 소변에 든 각종 대사물질, 요산, 단백질, 전해질 등 자극 성분이 방광 내부 점막에 스며들지 않도록 하는 방광 점막 보호층 덕분이다. 또한 방광에 소변이 찼다는 감각을 정상적으로 느끼고 전달하는 신경의 기능도 중요하다. 방광 점막 보호층이 잘 유지되고, 신경이 정상적으로 신호를 전달해야 소변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 간질성 방광염은 방광 점막 보호층이나 신경 가운데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발병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 치료가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늦으면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불치병은 아니다. 방광의 불필요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통증 없이 소변을 잘 참도록 하는 약을 쓸 수도 있다. 방광이 헐어서 궤양이 생겼다면 궤양을 깎아내는 내시경시술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변으로 인한 염증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광 안에 약물을 꾸준히 주입하는 치료도 있다.

간질성 방광염이 생기면 방광이 가죽주머니처럼 딱딱해지고 쪼그라든다. 그러면 방광 속에 든 소변이 콩팥으로 역류하고 소변량이 100㏄ 이하 밖에 되지 않는 데다 통증으로 소변을 자주 보면서 세균에 쉽게 감염된다. 통증이 생기고 잦은 소변으로 세균에 잘 감염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그러면 딱딱하게 굳은 방광을 제거하고 장으로 방광을 만들어 방광 용적을 늘리거나 인공 방광을 만들어 주는 수술을 해야 한다. 요즘 로봇으로 방광수술을 하기에 수술 다음날부터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하지만 수술한다고 소변을 바꿀 수는 없기에 간질성 방광염은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되도록 빨리 병을 발견해야 내 방광으로 편히 살 수 있다. 간질성 방광염의 초기 증상은 방광염 증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소변검사를 해도 세균은 없고 적혈구나 백혈구만 있다. 이런 경우가 1년에 세 차례 이상 생기면서 늘 아랫배가 묵직하거나 뻐근하다면 이 병을 의심해야 한다. 무너지는 집에 벽지를 바른다고 좋은 집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간질성 방광염도 방광이 무너지기 전에 빨리 잡는 것이 최선책이다.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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