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드워드 베이커 전 하버드 옌칭연구소 부소장 
에드워드 베이커 전 하버드옌칭연구소 부소장은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단계별 요구를 주고 받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우한 기자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을 미국인으로 설정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에드워드 베이커(77) 전 하버드 옌칭연구소 부소장이 겪은 일화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상상이 더해진다. 1966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온 후 김대중, 김영삼, 김근태 등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인사들과 인연을 맺은 그는 대표적인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달 초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해 한국 민주화운동 이면을 들려준 특강을 열었다.

16일 서강대에서 만난 베이커는 “2017년 이후 2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그 사이 정부가 바뀌었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부에서 진보정부로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덕분에 북미관계 기류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이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얘기할 가능성은 아예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3차 북미회담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 “현재로서 크게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문을 연 그는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된 후에야 경제제재를 풀겠다는 입장인데, 이런 태도는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 ‘경제적 보상’이란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성 완강함이 더해져 양국이 신뢰를 쌓지 못하는 상황이죠. 트럼프는 자신에게 닥친 탄핵 스캔들에 대처하느라 북핵 이슈 자체를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보다 미국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지적한 그는 “북한이 갖고 있는 핵무기 개발 카드를 일부 접으면 미국도 단계별로 경제 제재를 푸는, 두 나라 모두 하나를 원하면 하나는 포기하는 ‘스텝 바이 스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에드워드 베이커 전 하버드옌칭연구소 부소장. 배우한 기자

에드워드 베이커는 예일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1970년 한국 형법 제도를 소개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한국에서 정치사건 판결에 유독 유죄 선고가 많았다”는 게 논문을 쓴 이유였단다. 그때 도움을 준 사람이 이회창 전 국무총리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해 그는 “한국 검찰은 재량권이 아주 많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대안 제시하지 못하지만 이번 갈등으로 한국 국민 의견이 둘로 나뉜 것,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줄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망은 어둡지만, 반세기 한국의 성장을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로 희망이 솟는다고도 말했다. 베이커는 “문재인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그 주변 인사들은 많이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 탄생이) 제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자의반 타의반으로 문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인연을 맺으며 반쯤 한국인으로 살아왔다. 평화봉사단원 활동 후 미국으로 건너 간 그는 1974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다시 한국 땅을 밟았고 당시 가택 연금 중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다. 1981년부터 하버드 옌칭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이듬해 신군부에서 석방돼 미국에 와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하버드대에 초청했다. 이후 김근태 전 의원과 부인 인재근 여사 등을 초청해 강연회를 갖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1985년 인권단체 ‘아시아 워치’가 설립된 후 이사로 활동하며 국제사면위원회 등을 통해 한국 정치범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국제적 여론을 만드는 데도 힘썼다. 그는 “(한국 민주화 인사를) 가장 열성적으로 도왔을 때는 1987년까지였다.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 거치면서 민주화가 많이 발전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웃음)”라고 말했다. “인터뷰 직전 인재근 여사를 만났는데 민청학련 사건으로 김근태씨가 복역했을 때 면회 갔던 얘기를 하면서, (민주화 운동으로 복역하다 중앙정치로 진출한 게) ‘정말 꿈만 같았다’고 했어요. 민주화운동으로 알게 된 한국인 중 두 명(김영삼, 김대중)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한국의 법, 정치, 사회, 음식...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된 원동력이죠.”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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