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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때 쿨했다” 윤석열 발언 논란… 법조계 “당시 ‘정치검찰’ 비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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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때 쿨했다” 윤석열 발언 논란… 법조계 “당시 ‘정치검찰’ 비판 많아”

입력
2019.10.18 18:32
수정
2019.10.18 23:4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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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 “현 정부 얘기도 하려다 다른 질의에 끊겨” 해명했지만 

 “PD수첩ㆍ정연주 사건 등 정권 눈치 본 무리한 수사” 지적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답변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명박(MB) 정부 시절이 (검사로 일하기에) 상당히 쿨했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해명하느라 검찰이 진땀을 뺐다. 부랴부랴 “이명박정부 때 검찰의 중립성이 가장 잘 보장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검찰’ 비판이 가장 많았던 ‘MB시절 검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18일 해명문을 내고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검찰 수사 과정의 경험 및 소회를 답변하려 했는데 의원이 답변 도중 다른 질의를 이어가 윤 총장 답변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설명하려던 취지가 충분하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 정부에선 과거와 달리 법무부에 처리 예정보고를 하지 않고, 청와대에서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해 일체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다”고 밝혔다.

문제 발언은 전날인 17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윤 총장이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이전 정부 중에 문재인 정부처럼 검찰 독립을 잘 지켜준 정부가 있느냐는 취지로 묻자 윤 총장은 “제가 직급은 달랐지만 하여튼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대검의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MB정부가 검찰 중립성을 가장 잘 보장해줬다는 뜻은 아니었다 해도, MB정부 검찰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B시절 검찰은 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인 대검 중수부를 통해 정권의 이익에 부합하는 수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그로 인해 결국 중수부가 폐지됐다”며 “검찰총장이 개인적인 경험만을 근거로 MB시절 검찰정책 전체를 평가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윤 총장이 거론한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사건은 워낙 주요 이권사업에 개입한 정황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던 특수했던 사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이명박 정부 당시 논란 빚은 검찰 수사 그래픽=박구원 기자/2019-10-18(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이명박 정부 당시 논란 빚은 검찰 수사 그래픽=박구원 기자/2019-10-18(한국일보)

실제로 ‘MB 시절 검찰’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 무리한 수사를 거듭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08년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수사의 경우, 정권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려다 이에 반발한 임수빈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 올해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무죄라도 좋으니 무조건 기소하라 했다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PD수첩의 한학수 PD는 이날 페이스북에다 “윤 총장이 쿨하다고 하던 시기에 PD수첩은 죽음과도 같은 암흑의 시절을 보냈다. PD들과 작가들이 체포되고 수갑을 차야 했던 그런 시대였다”는 글을 올렸다.

MB시절 검찰은 검찰의 흑역사에 가깝다. 2007년 말 17대 대선을 앞두고 검찰은 “다스는 MB와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려 MB 당선을 도왔지만, 10년 뒤 수사는 뒤집혔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민간인 사찰 사건 수사는 너무 부실하다는 비판 때문에 재수사에 착수해야 했고, 내곡동 사저부지매입 사건 수사도 부실수사란 비판 끝에 특검이 재수사를 진행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전 정권의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는 사실상의 ‘표적 수사’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 정연주 전 KBS사장 사건 등에서도 무리수를 거듭했고, 이 사건들은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참여연대는 2013년 ‘이명박 정부 5년 검찰보고서’를 별도로 낼 정도로 MB 정권 시절 검찰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작지만 윤 총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 때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윤 총장이 MB 정부에 특별히 우호적일 리가 있겠느냐”며 “검찰 수사의 독립성, 중립성을 강조하다 발언의 진의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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