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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아베에 ‘친서 외교’로 갈등 돌파구 찾는다

입력
2019.10.19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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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22일 일왕 즉위행사 때 전달 가능성

연내 정상회담 합의 여부 주목… 李총리ㆍ아베 24일 면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 중 손하트를 만들고 있다. 모하메드 살림 하무드 알 하르씨 주한 오만 대사가 건배 대신 손하트를 제의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 중 손하트를 만들고 있다. 모하메드 살림 하무드 알 하르씨 주한 오만 대사가 건배 대신 손하트를 제의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친서 외교’로 한ㆍ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 찾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일파’ 국무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한일 정상이 상황관리와 접점 모색에 일보 전진하는 국면이 예고되고 있다. 갈등의 핵심인 강제동원 배상문제 등과 관련해 한일간 의견 차이가 여전히 크지만 전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와 이어진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이 한일 어느 쪽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데 이견이 없다. 더 늦지 않게 건설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낙연 총리의 방일로 양국이 연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할 수 있을 지가 한일 관계 정상화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송기호 변호사가 10일 오전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불화수소 수출규제 차별을 왜곡한 일본 정부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기호 변호사가 10일 오전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불화수소 수출규제 차별을 왜곡한 일본 정부 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리는 18일 보도된 일본 교도(共同)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앞선 14일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는 것이 좋겠지요’라고 말해 자신이 ‘네 써주십시오’라고 답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총리가 친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만큼,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행사 참석을 위해 일본에 가는 이 총리 편을 통해 문 대통령의 친서가 보내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도 대체로 인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친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문 대통령과 이 총리) 두 분 사이에 그런 대화는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친서는 문서 대신 구두 메시지가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이 될 친서 내용과 관련해선 한일갈등의 핵심인 일본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문제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미래지향적 메시지가 담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다면 우리의 대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일본에도 대화를 촉구하는 정도가 주된 내용이지 않겠는가”라고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이 총리는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강제동원 문제가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고, 한국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향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당면 현안을 이번에 모두 해결하는 것은 어려워도 임기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우선을 풀기 쉬운 문제부터 하나씩 매듭을 지어나가며 차근차근 한일 관계를 복원시켜 나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단계론적 해법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일 군사보호협정 종료와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제외 조치를 순차적으로 철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일 관계를 갈등이 전면화한 7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는 조치를 한일간 대화 시작의 입구로 삼는 해법이다. 미국이 한일 갈등에 개입하면서 외교적 해법으로 제안했던 ‘스탠드 스틸’(현상동결 합의)과 맥락을 같이하는 조치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일 관계는 서로의 옳고 그름을 따져서는 해법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며 “미래지향적 관계라는 목표를 향해가는 로드맵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본 총리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양국 대화와 관계 회복 필요성을 거론해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1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 참석 중 열린 한-일 양자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총리가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양국 대화와 관계 회복 필요성을 거론해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1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 참석 중 열린 한-일 양자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때문에 이 총리는 이번 방일 과정에서 한일 정상 간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의 뿌리가 과거사 문제에 있는 만큼 결국은 양국 정상이 나서는 ‘톱다운’(하향) 방식 해법 논의가 불가피한 문제인 탓이다. 마침 연말까지 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일정이 예정돼 있어 이를 무대로 한일 정상간 대화가 성사되도록 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강제 집행이 예상되는 연말을 넘길 경우 한일 관계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많아 이 총리의 어깨가 무겁다.

한편 이 총리는 24일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면담 시간은 양국이 조율 중이지만 오전 10시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은 10∼20분 정도로 짧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 관계자는 만남의 성격을 ‘회담’이 아닌 ‘면담’이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해 “일왕 즉위식 축하사절단 대표로 가서 상대국 총리를 만나는 자리인 만큼 면담이라는 용어를 썼다”며 “아베 총리가 다른 사람들과도 면담하기 때문에 면담 시간은 ‘10분+알파(α)’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18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재계 내 대표적 지일파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1시간30분가량 비공개 만찬을 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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