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여자화장실 몰래 찍고… 같은 반 여학생 6개월간 촬영도
‘범죄’ 인식 적어 성인보다 입건 크게 늘어, 5년 만에 765명↑
“불법촬영 적발시 경찰과 협력해 신속하게 수사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계획입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자녀들에게 불법촬영은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한 여자중학교가 배포한 가정통신문이다. 학생들의 불법촬영 문제가 불거지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디지털 문화, 스마트폰에 워낙 익숙한 아이들이라 “그게 왜 잘못이냐”고 항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학생 때부터 불법촬영이 범죄임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경찰청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촬영범죄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들 수는 2014년 2,905명에서 지난해 5,497명으로 대폭 늘었다. 입건된 사람들 가운데 직업이 학생인 이들은 같은 기간 558명에서 1,323명으로 늘었다. 다른 직업군에 비교해봤을 때 가장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학교 내 불법촬영 적발 건수도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내 불법 촬영 사건은 2016년 212건, 2017년 425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8월까지만 343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큰 죄의식 없이 호기심에서 장난 삼아 불법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월 경기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시도하다 적발돼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같은 반 여학생을 6개월간 불법촬영을 하다 적발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사회봉사 20시간, 특별교육 15시간의 징계를 받은 경우도 있다. 불법촬영 이유를 물으면 ‘재미삼아’ ‘그냥’이라 대답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학생 때부터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 강조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중의 박기태 변호사는 “학생에게 불법촬영이 ‘범죄’임을 반드시 인식시키고, 재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손해배상 활성화를 주장했다. 그는 “형사처벌로 학생들을 전과자로 만드는 건 부작용이 클 수 있는 반면, 손해배상을 활발히 진행하면 학생, 학부모, 학교 모두에게 확실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불법촬영이 왜 죄가 되는지에 대한 체계적 교육 △다른 사람의 인격권 보호의 중요성 △성교육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 출신 중학교 교사인 박종훈씨는 “처벌을 강조하게 되면 교육을 해도 ‘이렇게 하면 벌받는다’는 식의 일회성 교육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학생들의 경각심을 높이려면 다양한 과목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촬영을 저지른 성인들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도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법촬영 관련 범죄에 대한 사회 전반의 감수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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