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폭력의 경험은 개인에게 심한 트라우마가 되어 큰 상처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가족과 직장동료 등에게 줄곧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도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사회에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 경찰이 한 해 접수하는 가정폭력 신고는 20만건이 넘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이버 학교폭력이 2016년 2,122건, 2017년 3,042건, 2018년 3,271건으로 지난 3년간 증가율이 54.1%에 이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폭력은 자기 자신, 타인, 집단 또는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신체적 힘 또는 권력의 의도적인 사용과 위협이며 결과적으로 상해, 죽음, 심리적인 해, 발육불량 또는 결핍으로 이어지거나 그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폭력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타인에게 가한 해악 행위자체도 포함된다. 예컨대 부모가 자녀를 좋은 사람으로 양육하기 위해 사랑의 매로 훈육한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는 폭력이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생애주기별로 당하게 되는 대표적인 폭력의 유형을 들자면 아동학대,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범죄, 노인학대 등을 들 수 있는데,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폭력의 경험은 개인에게 심한 트라우마가 되어 큰 상처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가족과 직장동료 등에게 줄곧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도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폭력의 태도와 행동은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사회구조와 문화의 산물로 이해하여야 한다. 특히 사회에서 폭력을 일으키는 문화는 사회구조적 복잡성 속에서 형성되는 사회학습의 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서 부모로부터 배우는 삶의 다양한 방식은 구체적인 문화양식으로 학습 받게 되는데, 가정의 초기 폭력의 사회화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것은 아동학대로서 가정폭력으로 불리어진다. 이와 같은 폭력문화는 점차 가정을 벗어난 학교나 직장, 그리고 사회제도에까지 지속화시키게 됨으로써 인간이 한평생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사회의 폭력을 막으려면 개별적이고 단기적인 처방을 넘어서, 보다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폭력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세워야 한다. 즉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학대와 폭력에 대한 통합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폭력의 경험은 전 생애과정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과, 때로는 가해와 피해의 경험이 교차하여 나타나기도 하는 폭력의 순환구조를 잘 이해하여야 한다. 그리고 생애주기별로 다양하게 경험하는 학대와 폭력은 상대적으로 열등하거나 취약한 집단에 대한 권력의 의도적 사용과 위협이라는 점에서 공통성을 지니고 있음을 깊이 살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러한 통합적 시각을 기반으로 하여 폭력에 대한 인식을 인권의 문제로 적극적으로 다뤄야 하며, 의무보호를 최우선으로 두는 입법적, 사법적,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학대 피해자를 위한 의무보호서비스 체계와 인력 등 공공 보호와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지역마다 구축해야 한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수가 학대 피해자의 발굴, 보호, 조치, 사후관리의 전 과정에 전문적으로 개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둘째, 현행의 대상별 의무보호서비스 체계가 부처별로 분립하여 작동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적 운영체계로 바꿔야 한다. 셋째, 가해자의 경우도 과거 생애 초기에 아동학대의 대상자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서비스 지원에 대한 법제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가해자는 오직 처벌하고. 피해자만을 보호해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사회의 폭력을 제대로 막으려면 학대와 폭력은 가정 내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문제로 전체 국민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국가 대응이 시급하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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