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명박(MB)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초 한상대 검찰총장은 대검에 “민주당 관련 범죄 첩보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이유가 몇 달 뒤 드러났다. 검찰이 그해 5월 MB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뇌물 혐의로 구속했는데 비슷한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의 수백억 원대 비자금 의혹도 터뜨렸다. 확인도 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의혹을 서둘러 공개한 것이다. 얼마 후 뭉칫돈은 노씨와 무관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정권에 불리한 비리를 덮으려 반대 세력의 의혹을 터뜨리는 전형적인 ‘정치 검찰’의 행태다.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치 검찰’로 MB정부 검찰을 꼽는데 주저하는 법조계 인사들은 거의 없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일부 ‘호남 검사’들이 문제를 일으켰지만 박정희 정권 이래 TK(대구ㆍ경북)가 검찰의 오너 행세를 해오던 때보다는 덜했다. 참여연대가 MB정부 5년간 법무ㆍ검찰 인사를 분석한 결과, MB 동향인 TK와 모교인 고려대 출신 검사들이 20개 핵심 직책의 절반인 평균 9.4개의 직책을 차지했다. 앞선 노무현 정부 때는 TK와 고려대 출신이 평균 5개의 요직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이 수모를 당하면서도 지켜주려 했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산산조각 낸 게 MB고, 그 정권에 기생하며 호의호식한 게 MB 검찰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대검 국감에서 “MB정부가 검찰 중립성에서 쿨했다”고 한 발언이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당시 3년간 특수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등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MB의 형 이상득이 저축은행에서 불법 자금을 받아 구속된 것은 2012년 6월이다. 최시중, 박영준 구속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위세가 곤두박질칠 때다. 검찰이 용감했거나, MB가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실세들의 전횡이 심해 민심이 폭발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 특수수사로 잔뼈가 굵은 윤 총장은 MB정권 초기부터 잘나가던 검사다. 2013년 초 시작된 BBK 특검에 파견돼 MB 대선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수사했으나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그 후 대검 중수2과장,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석열이 면죄부를 주고 MB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는 말이 지금까지 검찰 내에서 나온다. 검찰 개혁을 이끌 수장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해도 모자랄 판인데, ‘쿨’ 운운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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