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궁금해?] 조국 사퇴 후폭풍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장관 지명 66일, 취임 35일 만이었다.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에 마침표를 찍는다며 바통을 후임자에게 넘겼지만 그간 한국 사회는 ‘조국 찬반’으로 진영이 갈려 극한의 분열로 치달았다. 조 전 장관을 임명한 문 대통령은 국민 사이에 갈등을 야기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일을 지렛대 삼아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 등 여전히 ‘조국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여의도 이슈를 체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민주당 내 ‘만시지탄’ ‘속전속결’ 평가 엇갈려
광화문 불나방=’조국 지키기’에 올인한 여당에서 정치적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분위기가 어떤가요. 자성의 목소리는 비주류인 정성호 의원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는데요.
여의도 달팽이(달팽이)=그렇다고 여당 분위기가 꼭 침통한 것만은 아니에요. 여론의 공감을 받건 못 받건 여권에선 조국 임명을 일종의 ‘피할 수 없는 싸움’으로 여겼거든요. ‘검찰 개혁’ 적기를 놓칠 수 없다는 명분 때문에 일정 수준까지는 역풍을 버티겠다는 각오도 있었고요. 그런데 한국당의 지지율이 위험수위로 바짝 추격한 타이밍에 조 전 장관이 퇴진했고, 바로 그 다음주 민주당 지지율이 4%포인트를 회복했거든요. ‘만시지탄’이라는 비관적 평가와 ‘속전속결’이었다는 낙관적 평가가 뒤섞여 있어요.
여의도 딸바봉(딸바봉)=여당에선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는 반응입니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의 ‘싸움닭’ 기질이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청와대를 견제하거나 청와대에 민심을 전달해야 할 당 지도부가 오히려 총대를 매고 ‘사즉생 조국 수호’에 나서니 다른 의원들도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습니다. 이 대표나 이 원내대표가 한국당을 향해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다’ ‘민생은 살피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지만, 당 내부에선 정성호 의원(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과 김해영 의원(국민 갈등 송구하다)의 작심발언을 새겨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정론관 마이크(마이크)=일단 책임론을 제기한 건 정성호 의원이 유일하지만, 그날 김해영 최고위원도 여당 지도부로서 사과하는 듯한 멘트를 했죠. 그러나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지 내부에선 '청와대 쇄신론'을 얘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청와대 인사를 통해 조국 정국을 털어내고 다시 출발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국면전환을 위해선 상응하는 조치는 취하긴 취해야 한다는 게 당내 다수 의견입니다.
불나방=청와대는 조 전 장관에 관한한 대부분 “입장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었는데 노영민 비서실장 등은 어떤 역할을 한건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참모의 역할에 충실하려 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공개적으로 목소리가 나오진 않았지만, 청와대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통령이 임명을 결단한 이후에는 선택이 실패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문 대통령도 참모들의 견해를 수용했다고 봐야지 싶습니다.
◇총선 겨냥 이낙연 당 복귀설 “청문회 후유증이…”
불나방=조 전 장관이 물러남으로써 여권발 검찰개혁 드라이브의 순수성이 의심받을 상황은 지나갔죠. 여당이 이제 패스트트랙에 오른 사법개혁 입법을 완성해 내야 할 텐데요.
마이크=쇠뿔도 단김에 빼자는 입장입니다. 검찰개혁이 마무리된다면 여권에 대한 긍정평가는 물론, 조 전 장관에 대한 동정여론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계산대로 못 갈 가능성이 있어요.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유치원 3법 등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도 있어 쉽지 않죠. 일각에선 연말을 넘기고 2~3월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불나방=이낙연 총리의 당 복귀설이 나왔죠. 여당이 조기 총선국면을 만들고 쇄신효과를 낼 수 있나요.
딸바봉=집권여당인 만큼 인재영입에 유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도 여전하다는 판단인데요.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인재영입을 띄워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쇄신은 한쪽만 하는 게 아니어서, 한국당이 얼마나 쇄신을 적극적으로 할지, 쇄신경쟁에 누가 앞설지에 따라 중도층이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달팽이=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민주당 심판’으로 치르기 위해 총력을 다할 테고, 민주당은 어떻게든 이 심판론을 기대론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할거예요. 선거의 프레임이 ‘조국 정국으로 나라를 두 동강 낸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기우느냐, ‘그래도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국정을 믿고 맡길 만한 대안세력이 누구냐’에 대한 선택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각 당의 유불리가 갈릴 테니까요. 여당 안팎에서 꾸준히 물갈이, 쇄신, 인재영입에 관한 후문이 새 나오는 이유죠. 그런 면에서 보면 이낙연 총리 같은 국민적 호감도가 높은 인물, 유력 대권주자가 총선에서 역할을 맡는 건 환영할 일이죠. 이해찬 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카드도 고려될 수 있고요. 다만 ‘조국 청문회’의 후유증이 깊은 여당이 또다시 후임 총리 청문회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문제가 있어 이 총리가 거취를 일찌감치 정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도층 잡고 싶은 한국당, 보수통합 간 보기
불나방=그간 보수진영을 결집시킨 효과도 함께 약해졌죠. 광화문집회에 참여한 중도층 상당수를 한국당이 지지층에 묶어둘 전략이 있나요.
꺼진불도 다시보자=중도층이 나온 건 한국당 지지나 응원이라기보다 ‘조국 사태’에 대한 분노가 커서 나온 측면이 크죠. 투쟁 동력을 이어 갈 수단이 마땅치 않은 한국당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해찬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포스트 조국 정국’에 임하고 있죠. 19일 열리는 광화문집회도 그런 차원이고요. 상당수 참모들은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마당에 집회를 열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했는데 황교안 대표가 추진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져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조국 이슈로 지지율 상승 득을 본 건 사실이지만 언제까지나 조국 이슈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는 기류도 있었어요. 조국 사태로 무당층, 중도층 비중이 커진 만큼, 그들을 흡수하는 데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으니까요. 조국 이슈가 꺼지자마자 중도 표심 확보가 가능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측과의 통합 이슈에 불이 붙은 것은 그런 맥락이죠. 연말까지 계속 보수통합 이슈를 띄우면서, 한편으론 정부 여당의 ‘약한고리’인 경제, 안보 분야도 계속 공략할 것으로 보여요.
불나방=보수대통합 진척 상황이 어떤가요. 총선까지 단일정당이 나올 수 있나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바른미래당 유승민계와도 통합은 중도 확장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적극 내되, 먼저 조급한 티를 낼 건 없다는 지도부 속내가 엿보입니다. 10%대이던 지지율이 민주당과 엇비슷할 정도로 올라섰으니까요. 협상력이 높아졌으니 유 의원 쪽에 적극 손을 내밀 단계는 아니란 거죠. “다급한 것은 독자적 정체성과 세력이 약한 그쪽”이란 인식이 있는 듯해요. 들어온다면 응하되, 총선 지분 보장은 없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고 해요. 탄핵과 관련해 유승민계에 반감이 당내에 있는 만큼 분란거리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계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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