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ㆍ언론 “대가성 시인” 공세

믹 멀베이니 미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 보류가 민주당 관련 수사를 압박하는 차원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멀베이니 대행은 이후 황급히 발언 수습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백악관이 대가성을 시인했다”며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멀베이니 대행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문답하던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내게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관련 의혹을 언급했느냐고? 물론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그것이 우리가 원조를 보류한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원조를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ㆍ대가)로 활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상황에서 고위 당국자가 이를 공개 인정한 셈이다.
멀베이니 대행이 언급한 의혹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나라는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이고, 해킹된 DNC 컴퓨터의 서버가 우크라이나에 숨겨져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음모론을 지칭한다. 자신의 캠프와 러시아의 연계설을 부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끌어들인 것이다. 한 기자가 ‘방금 얘기한 것은 ‘퀴드 프로 쿼’가 아니냐’고 추가 질문하자 멀베이니 대행은 “우리는 외교정책에 있어 늘 그렇게 한다”고 답하며 논란을 더 키웠다.
야권은 즉각 반응했다. 미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를 지휘하고 있는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멀베이니 대행의 시인은 상황이 ‘아주 아주 나쁨’에서 ‘훨씬 훨씬 나쁨’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와 민주당에 대한 조사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쳐왔다.
이후 멀베이니 대행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와 2016년 대선 수사 간에는 절대 어떠한 ‘퀴드 프로 쿼’도 없었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그럼에도 CNN은 소식통을 인용, 멀베이니 대행의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내부 법률팀이 망연자실한 것 같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인 제이 세큘로우도 재빨리 성명을 내고 “법률팀은 멀베이니 대행의 발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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