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오른쪽) 미국 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 위치한 대통령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조치 이후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벌인 터키가 17일(현지시간) 쿠르드민병대(YPG) 철수를 조건으로 5일간 군사작전을 중지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터키 앙카라의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원들이 안전지대에서 철군한 이후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 1시간 30분 동안 일대일로 만난 후 이어 합류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고위급 대표단과 4시간 넘게 회담했다.

휴전 조건은 YPG가 터키가 설정한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하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터키 측은 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며 “YPG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과 접촉 중이며 이들은 철수에 동의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약속대로 군사작전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명한 대(對)터키 경제제재를 철회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합의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축하하고 싶다”며 “그는 대단한 지도자이자 스트롱맨(strong man)으로 옳은 일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트위터에서도 “문명을 위해 위대한 일”이라며 “수백만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썼다. 터키에 급파돼 합의를 이끈 펜스 부통령 역시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미국이 사실상 터키가 원하는 것을 다 내줬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양국 공동성명에 따르면 안전지대 관리는 터키군이 맡기로 했는데, 이는 결국 지난 8월 안전지대 설치 합의 이후 터키가 요구해온 조건인 ‘YPG 없는 안전지대 지지’를 미국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고 여기에 경제제재 해제까지 얹어줬다는 것이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미국과의 회담에서 정확히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했다.

미국이 동맹국인 쿠르드족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은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족에게 미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오늘의 합의는 폭력 사태에 즉각적으로 종지부를 찍어줬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이것은 휴전이 아니다”라며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100여 시간 안에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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