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녹록지 않다… 정책 역량 집중” 당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긴급 소집한 경제장관회의에서 ‘투자’라는 단어를 10차례 반복하며 민간투자 활성화의 절실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정부 역할론을 연거푸 주문했다.

이번 회의 주재는 전날에서야 언론에 발표될 정도로 급히 편성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시점인데도 진행됐다. 최근 경제 동향에 대한 보고도 홍 부총리를 대신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했다. 이틀 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데 이어 조국 정국 이후, 민생ㆍ경제는 직접 챙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부총리 출장이 예정돼 있음에도 경제 관련 회의를 소집한 것은 그만큼 청와대가 경제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대외 여건 악화가 수출ㆍ투자 등 우리 경제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반복되는 미ㆍ중 무역갈등, 세계 제조업 경기의 급격한 위축과 이에 따른 반도체 가격 변동 등이 악재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1시간 30분간 이어진 오찬을 포함해 3시간 45분가량 이어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투자 활성화’를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 활력과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강조점은 ‘정부의 적극적 역할’에 찍었다. “정부 투자도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등 주문을 쏟아냈다. ‘건설 투자’ 확대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특히 “우리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부처 단위를 넘어서서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정책 노력을 통합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이 같은 언급은 칭찬이나 격려라기보다는 경기대응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질책에 가까워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5~64세 고용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는 보고를 하자, 최근 고용상황에서 40대와 제조업의 고용 감소를 가장 아픈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지표와 체감상황이 다른 데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상생협력 MOU 서명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함께 '디스플레이 강국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아산=연합뉴스

최근 들어 부쩍 시장 친화적 메시지를 내는 기조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기업투자를 격려하고 지원하며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규제 완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경제 문제는 결국 민간에서 풀어낼 수밖에 없다는 게 문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라며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투자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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