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1918~2013)의 딸인 제나니 노시츠웨 들라미니(60)가 이달 초 한국 주재 남아공대사로 부임했다.
들라미니 대사는 17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를 찾아 당국자들과 면담하고 신임장을 제출했다. 들라미니 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봉사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한국과 남아공 두 나라가 좋은 양자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며,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역 관계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들라미니 대사의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는 최근 마무리됐으며, 그의 신임장은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1959년생인 들라미니 대사는 만델라 전 대통령과 그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둘째 부인인 위니 마디키젤라 만델라(1936~2018) 여사의 딸이다. 인권운동에 삶을 바친 아버지를 둔 탓에 들라미니 대사의 어린 시절은 평탄하지 않았다. 들라미니 대사가 3세 때인 1962년 만델라 전 대통령은 정부군에 대항하다 투옥됐다.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은 그는 27년간 세상으로 나올 수 없었다. 들라미니 대사는 16세가 돼서야 만델라 전 대통령의 면회를 허락 받았다고 한다. 만델라 여사가 출산을 얼마 남기지 않고 체포됐다 풀려나는 바람에 들라미니 대사의 출생지는 ‘감옥’이 될 뻔 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이 ‘원망스러운 아버지’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그가 인권운동으로 남아공의 극악한 인종차별(아파르트헤이트)을 서서히 몰아낸 덕에 들라미니 대사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들라미니 대사는 아프리카 최초의 다인종 대학인 워터포드 캄라바 남아프리카 연합 세계 대학(WKUWCSA)을 거쳐 미국 보스턴대에서 기초 과학을 전공했다. 민간 기업에서 일하다 2013년 주아르헨티나 대사로 부임하며 공직에 입문했고, 주모리셔스 대사를 거쳐 한국에 부임했다.
들라미니 대사는 만델라 전 대통령이 위니 여사와 1994년 이혼하고 재혼하기까지 5년간 영부인 역할을 대행했다.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다인종 의회에서 선출된 만델라 전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좌한 것도 들라미니 대사였다. 1995년 만델라 전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다.
들라미니 대사는 그러나 선친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한국을 아직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해줘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고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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