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앞두고 청약 가점 연초보다 10점 급등 
 “3040 일반 가정, 서울 아파트 분양 사실상 불가능” 
최저 청약가점이 역대 최고 수준인 64점을 기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견본주택. 연합뉴스

“36세 부부로 아이 2명 있고,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만점인데도 청약 가점이 51점이네요. 아이 4명이 되지 않는 한 10년 동안은 60점으로 갈 방법은 없는 건데 서울 청약 포기해야 하나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의 새 아파트 청약 당첨 가점이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청약 당첨 커트라인이 역대 가장 높은 64점까지 올라가는 등 연초만 해도 당첨권에 들었던 40~50점대는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다. 청약 가점 60점대는 자녀를 4~5명씩 두지 않는 한 최소 45세는 넘겨야 가능한 점수여서 30대와 40대 초반 실수요자들이 서울 청약 시장에서 갈수록 들러리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한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당첨자의 최저 가점은 64점이었다. 이 아파트의 평균 당첨 가점은 69.5점으로 70점에 육박한다. 이는 2017년 10월 청약 가점제가 전면 시행된 이후 가장 높은 점수다. 한 주 뒤 분양한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의 당첨 커트라인도 ‘래미안 라클래시’와 같은 64점, 평균 당첨 가점은 67.5점을 기록했다.

비강남권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일 1순위 접수를 받은 성북구 보문동의 ‘보문 리슈빌 하우트’의 당첨 평균 가점은 64.8점을 기록했다. 최고 가점은 79점, 최저는 57점이었다. 일반 분양분이 27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빌라 재건축인 강서구 방화동 ‘마곡 센트레빌’도 평균 당첨 가점이 60.1점이었다. 두 단지 모두 인기 브랜드 아파트가 아니지만, 이제는 비강남권도 60점은 돼야 당첨이 가능한 것이다. 올 상반기 서울 전체 아파트 분양 단지 당첨 가점은 평균 48점이었으나, 불과 몇 개월만에 당첨 수준이 10점 이상씩 급등했다.

이 같은 당첨 가점 인플레 현상은 자연히 30대와 40대 예비 청약자의 새 아파트 당첨 가능성을 까마득하게 만들고 있다. 집값 안정과 실수요자를 위한 극약처방으로 나온 분양가상한제 카드가 역설적으로 3040 주택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청약 당첨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당첨 가능 점수인 60점을 넘기려면 △배우자, 자녀를 포함한 3인가족(15점)이면서 △무주택기간을 15년(32점)까지 꽉 채우고 △청약통장 가입기간 또한 15년을 달성해 최고점(17점)을 받아야 비로소 64점이 된다. 부양가족이 1명이라면 59점에 그친다.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 이후부터 산정되다 보니 15년을 더하면 45세 이후부터 60점대 점수가 가능한 셈이다. 30대와 40대 초반에게는 자녀수를 2~3명 늘리지 않는 한 받을 수 없는 점수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의 최대 피해자는 30대라는 말이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청약시장에서 비강남권은 최소 55점, 강남권은 65점 이상이어야 당첨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에 금리인하까지 더해지면서 ‘큰 손’ 부자들의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릴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 사실상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30대와 40대가 내 집 마련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자녀를 둔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30대 청약가점은 30~40점대에 불과할 것”이라며 “부양가족이 한둘뿐인 30ㆍ40대의 일반 가정은 당분간 서울에서 청약 당첨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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