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진선(민진) 지도부가 괴한으로부터 쇠망치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민진은 20일 홍콩 침사추이 인근에서 복면 금지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여서 집회 저지를 목적으로 하는 친중(親中)세력의 ‘백색 테러’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화권 민주화 운동가들은 “오늘 홍콩은 39년 전 광주”라며 한국에 지지를 호소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미 샴(岑子杰) 민진 대표는 16일 밤 홍콩 몽콕에서 열린 민진 연례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4명의 괴한들로부터 쇠망치 공격을 당했다. 비중국계로 보이는 범인들은 해머와 스패너 등으로 샴 대표의 머리와 팔 등을 마구 내리쳤고, 샴 대표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괴한들은 칼을 휘두르며 이를 저지하려는 주위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고 SCMP는 전했다. 괴한들은 범행 후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에 올라타 도주했으며, 홍콩 경찰은 이들의 검거에 나섰다.

민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민주인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홍콩에 백색 테러의 공포를 불어넣으려는 의도”라고 규탄했다. 샴 대표는 지난 8월 29일에도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든 괴한 2명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 결정 5주년을 맞아 8월 31일로 예정됐던 민진의 대규모 시위를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민진은 31일 시위를 취소했으나 이번 공격에도 불구하고 20일 시위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홍콩 민주화 시위를 이끄는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과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주역인 왕단(王丹) 등 중화권 민주화 운동가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다이얼로그 차이나’는 한국에 홍콩 시위 지지를 호소했다. 1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웡 비서장은 “홍콩 시민들은 한국의 촛불 집회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그리고 영화 ‘1987’의 배경이 됐던 6월 항쟁 등을 통해 한국인이 민주와 인권을 위해 용기 내 싸운 역사에 많은 감동을 했다”며 “우리는 한국인이 먼저 걸어 온 ‘민주화의 길’을 홍콩 시민들과 함께 가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1989년 중국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부 21명 중 한 명인 왕단은 “오늘의 홍콩은 39년 전 ‘광주’가 되었다”며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국제사회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관심과 지지를 표한 것처럼, 이제는 한국도 홍콩에서 일어나는 민주화 열망에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표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부탁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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